[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국민 42.5%가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9.8%에 그쳤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75.4%, 보수층의 56.2%가 보수신당 창당에도 기존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12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5%가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29.8%는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신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다른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8.1%,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5.8%로 조사됐다. ‘지지 정당 없음’은 3.8%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전면 부인했음에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보수신당 창당설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으로 당대표 직에서 해임될 위기로 내몰렸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진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문자 유출 사태로 드러난 데다, '윤핵관'과의 갈등은 내전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신당 창당은 안 한다"며 내부투쟁을 이어갈 생각이다.
유 전 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고심하다 경기도지사 출마로 방향을 잡았지만 김은혜 전 의원에 가로막혀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유 전 의원은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김은혜와의 경쟁이 아닌)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했다. "자객의 칼에 맞았다"고 말을 이어간 그는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이후 숨을 고르던 그는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혀라>는 책을 펴들고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이미 바른정당 등을 통해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준석 당대표-유승민 대선후보'는 두 사람의 '그림'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이들과 힘을 합칠 경우 신당의 파괴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권력투쟁에 빠진 국민의힘 지리멸렬에 힘입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들 모두 신당 창당은 극구 부인해 더 이상의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과거 바른정당에서 이들과 함께 했던 인사들조차 "나가보니 허허벌판, 황야였다. 지역 기반 없이 대한민국에서 제3당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그 아픔을 잘 아는 두 사람이 다시 국민의힘을 뛰쳐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두 사람의 파괴력이 입증된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긴장감이 커지게 됐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중심의 보수신당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았다. 20대 신당 35.4% 대 다른 정당 28.5% 대 국민의힘 23.5%, 30대 신당 42.2% 대 국민의힘 24.2% 대 다른 정당 22.2%로, 2030의 지지를 확인시켰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에서도 신당 45.5% 대 다른 정당 24.6% 대 국민의힘 24.0%로, 신당을 선택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50대의 경우에는 신당에 대한 지지가 무려 50%를 넘었다. 50대 신당 53.8% 대 국민의힘 25.6% 대 다른 정당 13.3%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했다. 60대 이상 국민의힘 42.6% 대 신당 37.5% 대 다른 정당 9.3%로 나왔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보수신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았다. 경기·인천 신당 41.6% 대 국민의힘 28.5% 대 다른 정당 19.6%, 대전·충청·세종 신당 41.5% 대 국민의힘 32.6% 대 다른 정당 16.3%, 강원·제주 신당 44.3% 대 다른 정당 26.2% 대 국민의힘 22.2%였다. 서울에서도 오차범위 안에서 국민의힘보다 신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서울 신당 37.0% 대 국민의힘 32.9% 대 다른 정당 20.7%였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신당을 지지하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광주·전라 신당 57.7% 대 다른 정당 17.5% 대 국민의힘 14.9%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보수의 분열을 바라는 전략적 지지라는 해석과 함께 민주당의 대안을 목 말라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남의 한 축을 이루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신당 46.3% 대 국민의힘 29.8% 대 다른 정당 14.7%로 신당의 지지세가 높았다. 다만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세가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43.6% 대 신당 35.9% 대 다른 정당 11.9%였다. TK를 얻지 못한 보수신당은 등장 가능성을 더 낮춘다.
지난해 9월17일 국민의힘 소속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국회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도 신당 45.8% 대 국민의힘 25.2% 대 다른 정당 16.5%로 보수신당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았다. 진보층에서는 신당 50.6% 대 다른 정당 30.2% 대 국민의힘 10.8%로, 신당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여전히 과반을 차지했다. 보수층 국민의힘 56.2% 대 신당 30.0% 대 다른 정당 6.0%였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기존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5.4%로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75.4% 대 신당 19.8% 대 다른 정당 0.6%였다. 민주당 지지층은 신당 57.3% 대 다른 정당 30.0% 대 국민의힘 5.1%로, 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5.5%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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