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내부총질' 문자 유출로 당 안팎의 거센 압박에 직면,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30일 만에 '원톱 체제'를 종식했다. 급기야 '원내대표 재신임' 문제에까지 봉착했다. 삐걱댔던 장제원 의원이 재신임 향방의 키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윤핵관' 내분이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수해대책점검 긴급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전국상임위와 전국위 의결을 거치며 당헌 개정까지 한 끝에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을 마무리, 비대위 출범의 닻을 올렸지만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는 것을 놓고는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에 오른 만큼 직무대행을 내려놓으면 자연스럽게 원내대표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원내대표는 유지하더라도 최소한 비대위에서는 빠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의원총회 재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일 권 원내대표를 향해 "원내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승계된 대표 직무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직무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진인 정우택 의원도 지난 9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의 책임도 없다할 수 없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합의, 9급 공무원 최저임금 발언, 대통령 문자 유출 등이 복합돼 문제가 터졌다"고 그간의 잘못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가 큰 정치인으로서의 결단, 여러가지 단초를 제공한 데 대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의미에서 훌륭한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홍문표, 조경태 등 다른 중진들도 같은 의견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며 폭우 피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며 폭우 피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기 당권주자들도 권 원내대표를 향해 '재신임' 절차를 언급하며 압박 대열에 가세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0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의원총회를 통한 권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통과되면 다시 한 번 굳건하게 리더십을 가지고 여러가지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나경원 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당내에서 원내대표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절차를 한 번 거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원내대표가 일을 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리더십'이 흔들리자 시선은 장제원 의원을 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선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비대위 전환 촉구 연판장을 전달한 배후에 장 의원이 있다는 의심도 더해졌다. 앞서 두 사람은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 징계 직후 향후 지도체제를 놓고 파열음을 낸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을, 장 의원은 비대위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이면에는 차기 당권에 대한 각각의 이해와 노림수가 내재했다는 분석이 더해졌다. 갈등설이 불거지자 두 사람은 지난달 15일 오찬회동을 통해 일시 봉합했으나 곧이어 권 원내대표의 대통령실 9급 채용과정에서의 해명에 장 의원이 "말씀이 무척 거칠다"고 들이받는 등 '형제'와는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장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비대위 참여 불가와 재신임 촉구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들이 당내에서 이어지자, 관련 질문에 "저는 그런 비슷한 말도 한 적 없다"고 <뉴스토마토>에 문자 메시지로 답했다. 당 관계자도 "장 의원이 권 원내대표와 완전히 각을 진 것은 아니다"라며 "장 의원은 이 상황에서는 본인이 좀 물러나 있는 게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초선의원 연판장 배후설에도 "그런 행위를 하면 얼마나 후폭풍이 클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장 의원"이라며 "섣불리 그런 행동을 뒤에서 사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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