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묵현상 단장 "코로나 옵션, 국가주도 민간 마무리해야"
"감염병연구소 비임상 데이터 확보하면 기업에 넘겨야"
"치료제·백신 개발 중단, 교훈만 얻는다면 실패 아니다"
"기전 명확치 않고 가능성 없으면 개발 나서지 말아야"
"치료제·백신 하나로는 부족…상황에 맞는 대응책 필요"
2022-08-12 06:00:00 2022-08-12 06:00:00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신약개발사업단)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 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처럼 국가가 주도하고 기업이 마무리하는 옵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현상 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추가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간 최대 2200억원 연구개발 지원…유럽 국가 대비 적지 않다"
 
지난해 출범한 사업단은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받아 신약개발 기업 또는 바이오 벤처, 기초연구 중인 연구소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사업단의 선행 기관이다.
 
사업단이 확보한 연간 정부 예산은 1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민간 매칭 자금 700억원가량을 더하면 사업단이 운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 지원금은 약 2200억원이다. 사업단은 이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신약 승인 4건, 글로벌 기술이전 60건 등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유효·선도물질과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비임상과 임상1·2상, 사업화 등의 신약개발 사업을 지원한다.
 
묵현상 단장은 "우리나라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국가 R&D 지원 중에선 사업단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속한 국가의 지원 규모와 비교해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기간이 마무리되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목표로 설정한 수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염병 대응은 국가가 먼저…기업이 임상 마치는 미국 모델 적합"
 
사업단이 첫발을 내디딘 지난해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였다. 그런 만큼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역시 사업단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사업단장이자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묵현상 단장은 정부 주도의 감염병 대응 수단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해 비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면 기업이 물질을 넘겨받아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묵현상 단장은 "항바이러스제처럼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대면서 임상 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제제도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나서고 국립 감염병연구소가 주관을 맡아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확실한 비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기업에게 넘겨주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 지원까지 해준다면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묵현상 단장은 국가가 주도하고 기업이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개발 방식이 미국에서 이미 시행됐다며 우리도 동일한 매뉴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한 예"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초기 물질을 개발해 모더나에게 임상을 맡기면서 임상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빠르게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잇따른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 중단에 "실패 아니다"
 
묵현상 단장이 제언한 치료제·백신 개발 과정이 현실화하더라도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실제로 비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임상 1상에 진입하더라도 상용화 결실을 맺는 물질은 9.6%에 불과하다.
 
임상 개발 도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중단한 사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여럿 있었다. 통상 시장에선 개발 중단 선언이 실패로 해석되는 반면, 묵현상 단장은 무형의 결과물을 도출했다면 실패가 아닌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면서 시각을 달리했다.
 
묵현상 단장은 "코로나19 치료제든 백신이든 실패라고 하기보다 개발 중단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단, 개발을 중단하면서 뭘 건졌느냐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업단이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성공 가능성"이라며 "약이 허가를 받아서 실제로 쓰여야 성공이라고 보는 편이 간단하긴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임상의 어려움, 의약품 개발 성공을 위한 임상 개발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나름의 과실"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동시에 과학적 확신이 없으면 임상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며 "명확한 기전이 있고 이 기전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임상은 막대한 비용 지출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후속 치료제·백신 개발, 국내외 기업 간 협력도 방법"
 
묵현상 단장은 다른 한편으로 추가적인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옵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단, 개발 후기로 갈수록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수 있는 점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묵현상 단장은 해결책의 하나로 국내외 기업과의 개발 협력을 꼽았다.
 
그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비교적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백신 플랫폼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필요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려 해도 글로벌 임상을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기술력은 갖췄는데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면 우리나라의 상위 제약바이오기업이나 글로벌 빅파마와 함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얻는 방식이 좋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사진=국가신약개발사업단)
◇주요 경력
 
△1981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석사 △2000~2016년 메디프론디비티 대표이사 △2008년~2016년 바이오협회 이사 △2017~2019년 보건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및 전문위원회 위원장 △2016~2020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 △2021년~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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