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권성동 원내대표와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 등 8명의 비대위원 합류를 결정했다.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쳐 절차를 마무리했고, 동시에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전임 지도부는 지위를 박탈 당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 성격을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체질을 개선할 '혁신형 관리 비대위'로 규정했다. 하지만 인선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작부터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 선임 기준 관련해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당 절차와 당무에 능한 사람, 지역과 세대, 성별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엔 당연직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엄태영 의원 △전주혜 의원 △정양석 전 의원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 △최재민 강원도의원 △이소희 세종시의원 등이 임명됐다. 아울러 비대위 대변인에는 박정하 의원, 사무총장에는 박덕흠 의원, 비서실장에는 정희용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하지만 인선에 대한 평가는 냉랭했다.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개별 비대위원의 적합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17일 "이렇게 되면 비대위를 구성한 의미가 뭐냐"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덕흠 의원으로 혁신이 되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논란만 야기할 인선"이라며 "윤핵관 2선 퇴진이 아니라 전진배치"라고 했다.
먼저 당의 살림을 책임질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건설업계 기업인 출신으로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이라는 특혜 수주 논란으로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한 이력이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가족 기업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 특혜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회 윤리위 제소 끝에 박 의원은 2020년 9월 "무소속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며 탈당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입당 원서를 제출했고, 충북도당은 탈당 15개월 만에 박 의원의 복당을 허용했다.
게다가 박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한 정진석 의원과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제2의 김성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딸 KT 특혜채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은 여론 비판 끝에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장 임명 이틀 만에 자진사퇴했다. 한 다선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은)엊그제까지 탈당했던 사람이다. 가족이 엄청난 특혜성 수주를 받아 비난을 받았던 사람이 지금 비대위에 들어오는 게 당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겠나. 제2의 김성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정진석 의원 입김이 없었으면 가당치도 않을 인선"이라고 주장했다.
주기환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다. 주 위원은 2003년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지검에 근무할 당시 검찰수사관으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지난달에는 주 위원의 아들이 대통령 부속실에서 6급 행정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게 드러나면서 '사적채용'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주 위원 인선에 '윤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당 열세 지역인 광주(시장 선거)에서 15.9%나 얻었다는 호남 대표성을 중시했다"며 "9분 중에 한 분이다. 윤심을 반영한다고 한들 되겠냐"고 반박했다. 다만 "상당히 고심한 지점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대표는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비대위에 박덕흠·주기환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저는 비상상황이 윤핵관 쪽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윤핵관을 배제하는 구성, 윤핵관과 연이 있는 분들은 물러나는 구성을 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한 것도 논란이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 징계 직후 원내대표 자격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내부총질' 문자 유출의 책임을 지고 한 달여만에 직무대행 자리를 내려놨지만 원내대표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원내대표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참여하는 것이 논란이 되자, 의원총회를 통한 재신임을 물었다. 한 중진 의원은 재신임이 결정됐음에도 "비상상황을 자초한 사람이 다시 비대위에 들어갔다"며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이었지만 대통령을 위해 가장 먼저 물러난 '권노갑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윤핵관을 비롯해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 때 동교동계가 다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뒤로 물러났다"며 "그런 게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앞에 나서는 것은 대통령을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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