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수입이 25% 이상 증가한 반면, 수출 증가는 13%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이달까지 34조원 이상의 무역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무역수지 악화 현상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결과로 지목하고 있지만 대중국 수출의 적자 품목도 커지고 있어 비상인 상황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무역수지는 102억1700만 달러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연간 적자 규모는 254억7000만 달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연간 수출은 334억2400만 달러(3.9%)를 기록했으나 수입은 436만4100만 달러(22.1%)에 달했다. 이에 따른 올해 8월 20일까지 연간 수출누계는 4445억 달러, 수입 470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수출 13.8%(537억 6000만 달러)가 늘었고 수입은 25.2%(947억 3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이달 20일간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석유제품(109.3%), 승용차(22.0%), 선박(15.4%) 등은 증가한 반면 반도체(7.5%), 무선통신기기(24.6%) 등은 감소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석유제품(1.6%)이 소폭 감소했으나 원유(54.1%), 반도체(24.1%), 가스(80.4%), 석탄(143.4%), 승용차(44.3%), 반도체 제조장비(11.%)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 늘었다.
정부는 연초부터 고공행진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적자폭 영향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는 연초부터 이어진 에너지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에너지수입 확대폭이 매월 무역수지 적자폭을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원유·가스·석탄수입 확대폭이 1월 92억 달러, 2월 45억 달러, 3월 84억 달러, 4월 71억 달러, 5월 67억 달러, 6월 53억 달러, 7월 88억 달러에 달한 점이 배경이다.
에너지수입 확대의 영향으로 우리 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무역수지 악화를 경험 중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무역수지가 102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 규모는 25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의존도가 높은 대중국 수출도 줄고 있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달 1~20일 수출입 현황 자료를 보면 대중국 수출은 11.2% 감소했다. 수입은 14.2%로 대폭 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9일 공개한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을 보면 올해 상반기 중 대중국 흑·적자 주요 품목 중 대부분이 수지 악화를 봤다. 적자 품목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를 주도하는 20개 품목(흑자10+적자10) 중 13개 품목의 수지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악화됐다.
최근 4년간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적자 품목수를 보면, 지난 2019년 흑자품목은 1659개로 전품목 대비 비중이 31.7%였다. 하지만 2020년 30.7%(1604개), 2021년 30.4%(1591개)를 기록한 뒤 올해 상반기에는 29.6%(1613개)까지 떨어졌다.
적자품목은 2019년 3573개로 비중이 68.3%에서 2020년 69.3%(3616개), 2021년 69.6%(3645개)까지 커졌다. 2022년 상반기에는 70.4%(3835개)로 70%를 상회했다.
대중 교역 5448개(HS6) 품목 중 상반기 적자 품목수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등 지난해 상반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상황이다.
10대 흑자 품목 중에서는 디스플레이(-8억8000만 달러), 석유제품(-20억7000만 달러), 화장품(-5억1000만 달러), 반도체장비(-8억5000만 달러) 등 4개 품목 흑자폭이 5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10대 적자 품목 중에는 정밀화학원료(19억9000만 달러), 축전지(-12억2000만 달러) 등 8개 품목의 무역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중국 무역적자는 중국 경기둔화·수입공급망 편중·수출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대중국 무역흑자 유지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핵심 소재의 수입선 다변화·국산화,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 수출선 다변화 및 현지맞춤형 수출마케팅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이 수입을 자체생산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한국과 중국의 구조적인 경쟁관계가 치열해지면서 경쟁 비교우위을 갖지 않으면 우리 제품이 더이상 팔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출국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원호 팀장은 "수입에 있어서는 수입의존도가 70~90%에 달하는 품목의 경우는 중국이 코로나 사태나 상해 봉쇄 같은 조치를 할 경우 공급망 안정성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다변화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산업경쟁력이나 일상생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는 품목은 선정하고 관리해 가격경쟁력을 다른 국가에서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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