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8월 초 벌써 70억 달러 이상 적자를 보이면서 5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지속 성장에도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액 상승이 무역적자를 부풀리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성장세마저 둔화하고 있어 무역 흑자 전환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성장 둔화 등 리스크에 따른 악영향도 남아있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원자재 가격 급등
16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60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이는 역대 7월 기준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한 규모다.
다만 수입 역시 65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8% 급증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월 24억700만 달러, 5월 16억1400만 달러, 6월 25억7000만 달러에 이어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보였다.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적자 폭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7월 수입에서 원유 수입액은 99.3%, 수입단가는 61.5% 대폭 늘었다.
가스와 석탄 수입도 1년 전보다 각각 58.9%, 110.0% 상승했다. 전체 원자제 수입은 35.5% 증가했다.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 3월 63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653억7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은 8월 1~10일 수출입 현황을 수출 157억5600만 달러, 수입 233억6500만 달러, 무역적자 76억7700만 달러로 잠정 집계했다.
◇ 반도체 수출 '뚝'…대중 무역 석달 연속 적자
8월 초까지 이어진 대규모 무역적자에는 반도체 부문 수출 부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1% 줄어든 29억91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은 7월까지 15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성장폭은 지난달 3.1%에 그쳤다.
이달 반도체 수출이 결국 하락 전환될 경우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의 감소가 된다. 광복절 등 8월 조업일수 감소를 고려하면 가시적인 수출 성과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달 초 대중 수출은 2.8% 감소한 39억9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면 수입은 47억9900만 달러로 29.2% 늘면서 대중 무역수지는 8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1992년 8∼10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상하이 봉쇄령 등 조치가 맞물리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국산 제품 소비 위축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규제개선과 주력업종 경쟁력 강화 등 종합 수출지원 대책을 8월 중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무역수지 5개월 연속 적자 등 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을 늘리더라도 관련 에너지 소요 증가로 이어져 결국 수입 증가 양상은 뒤집기 어렵다"며 "다만 축소형 적자가 아닌 수출입 확대에 따른 적자 구조여서 크게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따른 수입액 감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밸류 체인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가 달라지고 있어 패러다임 변화를 장기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8월 초 벌써 70억 달러 이상 적자를 보이면서 5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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