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검찰총장 후보로 올랐던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퇴 만류 이후 첫 고위 검찰 간부의 사의 표명인 가운데, 선배 기수의 사의 표명이 잇따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 원장은 22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 원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선배 고·지검장급이 대규모 용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를 우려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 18일 선배 고검장들과 지검장들에게 연락해 "검찰을 떠나지 말고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현재 검찰 고위 간부 중 이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거나 같은 이들은 총 19명이나 된다. 기수 후배나 동기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선배들이 대거 물러나는 검찰 관행을 고려해 24~26기가 포진한 고검장들이 거취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음 달 1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 선배 기수들도 당장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에 있어 후배들을 이끌어 줄 선배가 혼자 조직을 떠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기 초가 지나고, 검수완박의 혼란도 가셔 검찰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후에는 남아있던 고위직도 조직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직의 안정을 고려해 6개월 정도 더 머무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총장이 있는 상황에서 선배 기수들이 더 나아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사퇴 문제는 개인적 결단으로 원래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니다. 입장을 물어본 대부분 검사들은 "코멘트 해 줄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최종 취임하면, 검찰 내 2인자로 불리는 대검 차장검사 자리가 공석이 된다. 이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나 가까운 후배 기수가 승진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직으로, 관행상 총장보다 높은 기수로 두지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는 주영환 대구지검장(27기)이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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