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버킷스튜디오(066410)가 발행한 CB(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이어지면서 해당 주식의 장내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록뱀 그룹이 전환된 해당 주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버킷스튜디오가 신사업과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발행했던 CB가 특정 기업의 배불리기 용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일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했던 10회차 CB 중 75억원이 주식전환 청구됐다. 주식전환가액은 1898원으로 총 395만1527주가 상장할 예정이다. 이는 발행주식총수(9011만752주)의 4.3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5일로 2거래일 전인 23일부터 권리공매도가 가능하다.
권리공매도란 유상증자나 무상증자, CB의 전환청구, 신주인수권 행사 등으로 신주를 배정받은 투자자가 신주 상장일 2거래일 전에 입고 예정인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본인의 권리주식을 판매하는 행위라 공매도금지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전환 청구가 이뤄진 10회차 CB는 총 400억원 규모로 모두 버킷스튜디오의 관계사인
비덴트(121800)(250억원)와 빗썸코리아(150억원)에 발행됐던 사채다. 그러나 이후 콜옵션을 통해 200억원 규모가
초록뱀컴퍼니(052300)로 들어갔다. 실보유자는 초록뱀이커머스신기술조합이지만, 해당 조합은 초록뱀컴퍼니가 지분 100%를 보유한 초록뱀인베스트먼트가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콜옵션 행사 후 CB의 행방이다. 버킷스튜디오와 초록뱀그룹은 최근 M&A 동맹 기조를 강화하며 상호출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초록뱀그룹에 행사된 CB 콜옵션 200억원이 모두 장내에 매도된 바 있어서다.
(표=뉴스토마토)
지난 6월3일 초록뱀이커머스신기술조합에 콜옵션으로 매각된 CB는 당일 모두 주식전환 청구가 이뤄졌고, 초록뱀그룹은 즉시 모든 주식을 장내에 매도했다. 초록뱀그룹은 전환된 CB의 권리공매도가 가능해진 6월20일(상장예정일 6월22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간 모든 주식을 장내매도했고, 버킷스튜디오의 주가는 단기간에 급락했다. 권리공매도 첫날 주가가 27.14% 급락했으며, 초록뱀그룹의 매도 전 3040원이던 주가는 4거래일 만에 1640원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4거래일간 해당 매도를 통해 초록뱀그룹이 확보한 현금은 187억원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선 CB가 특정일 배불리기에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록뱀그룹과 버킷스튜디오가 함께 대규모 M&A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버킷스튜디오와 초록뱀그룹은 최근 코스닥상장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41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는데, 현재 잔금납부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능력이 부족한 버킷스튜디오와 초록뱀그룹 입장에선 M&A를 위한 재원 확보 수단이 CB발행 등 재무활동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버킷스튜디오가 본업에서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40억원으로 전년 동기 28억원에서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활동에 569억원을 투자하며, 당기순손실 역시 921억원으로 전년 동기(99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초록뱀컴퍼니는 영업활동으로 72억원을 거뒀으나, 투자활동에만 1622억원을 사용하며 현금성자산이 667억원이나 줄고, 당기순손실이 확대됐다.
앞서 초록뱀그룹은
네오크레마(311390)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버킷스튜디오와 상호출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문제는 버킷스튜디오가 M&A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 물량이다. 버킷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초록뱀그룹과 신사업 및 M&A 동맹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신주를 발행했다. 지난해 말 5458만주 가량이던 버킷스튜디오의 발행주식총수는 현재 9406만주 가량으로 8개월 만에 72.3%나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발행과 인수 후 매각 등을 통한 M&A 재원 확보는 현금 창출능력이 부족한 상장사에서 종종 나타나는 모습”이라면서도 “수익성 개선이나 기업가치 증대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CB가 회사 임원 등 관계자를 통해 시장에 풀릴 경우 투자자 신뢰도 하락과 ‘오버행’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버킷스튜디오 관계자는 “버킷스튜디오를 비롯한 관계사들이 초록뱀그룹과 상당 부분 연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초록뱀그룹 CB 물량으로 오버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CB 발행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확보 차원이었던 만큼 투자 확대 측면에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버킷스튜디오 지배구조는 ‘강지연 대표→이니셜→이니셜1·2호 투자조합→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101140)→비덴트→버킷스튜디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버킷스튜디오와 비덴트는
초록뱀미디어(047820) 등에 상호출자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기준 버킷스튜디오가 보유한 미상환 CB 잔액은 총 425억원 규모다. 이중 125억원(10회차)의 사채는 언제든 주식전환청구가 가능하다. 나머지 300억원(11회차) 규모의 사채는 ‘초록뱀 메타커머스 신기술조합1호’가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은 액면가(500원)까지 가능하다. 주식전환가능 시점은 내년 4월부터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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