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4기)과 이두봉 대전고검장(25기)이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 후배 기수인 이원석(27)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두 사람이 용퇴를 결정한 모습이다.
여 원장과 이 고검장은 전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3일 여 원장 사표가 수리되면 법무연수원장 자리 공석은 당분간 김남순 법무연수원 총괄교수(서울북부지검 차장)가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 특히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던 여 원장에 이어 넓은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평가를 받는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까지 떠난다면 검찰 내부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조직은 뿌리깊은 기수 문화로 후배 기수가 총장에 오르면 선배나 동기들이 용퇴하는 관례가 있다. 하지만 이 관례가 지속되면 다음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 내 대규모 지휘부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이 후보자는 선배들에게 전화를 돌려 조직에 남아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도 선배 기수 간부들에게 잔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한 장관 인선 이후 대규모 검찰 인사를 거쳐 이 후보자 검찰총장 취임을 앞두고 지금까지 사의를 표명한 27기 이상(한 장관·이 후보자 동기·선배) 고위 간부는 총 14명이 됐다. 다만 이들 중에는 한동수(24기)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포함돼 있으나 한 장관 취임과는 별개 사유로 인한 사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4월에는 이른바 ‘검수완박’ 반대를 이유로 김오수(20기)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구본선(23기)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박성진(24기) 전 대검 차장, 권순범(25기) 전 대구고검장, 조재연(25기) 전 부산고검장, 김관정(26기) 전 수원고검장, 이정수(26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검찰을 떠났다. 이들의 표면적 사퇴 명분은 ‘검수완박’ 반대였으나 당시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 장관 내정이 선배 기수 퇴진을 압박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현재 검찰과 법무부에 남아있는 한 장관과 이 후보자 27기 동기는 주영환 대구지검장, 배용원 청주지검장, 이철희 부산고검 차장검사, 이정현·심재철·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있다.
26기는 문홍성 전주지검장, 심우정 인천지검장, 임관혁 서울동부지검장, 노정환 울산지검장, 이수권 광주지검장과 법무부의 이노공 차관(고검장급) 등이 있다. 김후곤 고검장과 이주형 수원고검장, 최경규 대구고검장, 노정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등은 25기이다.
여 원장과 이 고검장 외에 고위 검찰간부들의 사의가 아직은 잇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용퇴를 고민하는 간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일단 현직을 유지하다가 바로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황철규(19기) 국제검사협회장 등 인사에 영향이 없는 간부들도 있으나 '이원석 검찰' 체제가 본격화 될 때에는 수뇌부를 비롯한 큰폭의 검찰인사도 점쳐지고 있다.
당장 이 후보자의 검찰총장 내정으로 가장 먼저 공석이 확정된 대검찰청 차장검사 후임 인선이 관건이다. 이 후보자 동기인 주영환 지검장이 대검 차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사법연수원 27~29기 중 기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부 인사로 채워졌던 대검 감찰부장과 법무부 법무실장 등 일부 자리도 공석이 되면서 조만간 검사장급 임명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청사.(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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