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영주 전 이사장 모욕,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무죄"
페이스북에 "철면피·양두구육"
"공적 활동에 대한 의견 중 표현"
"사회상규 위반으로 볼 수 없어"
2022-08-25 11:46:23 2022-08-25 13:47:32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소셜미디어(SNS)에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해 (모욕죄) 구성요건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송 전 사장은 MBC PD협회장이던 2017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에 대해 ‘간첩 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써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간첩 조작질',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등의 표현에 대해 “비속어는 아니지만 고 전 이사장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인신공격적 표현”이라며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송 전 사장을 유죄로 보고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대부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간첩 조작질'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간첩조작질’은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란 표현의 일부로서 ‘고 전 이사장은 간첩 사건을 조작했던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이다’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기 때문에 모욕죄에서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1심과 같은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 모두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파렴치'와 '철면피',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일상생활이나 언론,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극우부패세력’이란 표현도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송 전 사장이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에 대한 글을 올릴 때 고 전 이사장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관여했던 사안과 관련하여 고발을 당하였다는 기사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송 전 사장은 글에서 고 전 이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방문진 자격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 사건 표현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표현 자체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 사회상규 위배 여부에 대한 고려 사항을 제시한 것”이라며 “비정치적 영역에 비하여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다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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