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자동차 회사가 꼭 라이벌일까. IT 회사도 어떻게 보면 경쟁상대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뉴욕모터쇼 특파원 간담회에서 '가장 큰 라이벌이 어디냐'는 질문에 답변한 말이다.
정 회장은 수년 전부터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전기차, 수소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은 물론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첨단 IT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자동만 만들어선 생존하지 못한다는 정 회장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본격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통신사
KT(030200)와 손을 잡았다. 단순한 파트너십이 아닌 상호 지분을 취득하며 장기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정의선식 '자율주행 승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 7일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상호 책임감 있는 협업을 위해 지분 교환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미래 신사업과 선행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위원회(가칭)'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통신망 등 통신 인프라와 ICT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한다.
자동차 산업은 MECA(모빌리티 서비스,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기차 충전 온라인 충전 및 결제 시스템, 자율주행 등 MECA의 핵심 요소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통신망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통신사와의 제휴 및 지분 교류로 관련 기술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와 2024년 출시를 목표로 5G를 탑재한 커넥티드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일본 최대 통신 업체 NTT와 신기술 개발을 위해 상호 지분 교환에 합의했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차이나텔레콤과 커넥티드카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아우디도 도이치텔레콤과 5G 커넥티드카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IT에 눈독을 들인 것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대에 앞서 나가기 위해서다. 완성차 기업에 이어 IT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술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 없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 IT기업들에게 선례를 보였다"며 "'애플카'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고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등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완성차 기업 외에도 글로벌 IT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현대차그룹과 KT의 제휴는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AAM부터 달 탐사, 인공지능(AI), 로봇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번 제휴도 이 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영국 에어쇼에 참가해 항공업계 최고 경영진을 면담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AAM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 또 현대차그룹은 로봇 AI 연구소 등 미래 기술 투자를 위한 전용 연구소를 미국과 한국에 설립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지난해 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로봇, UAM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고 또 자동차 제작사가 아니라 플랫폼의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는 시점이 올해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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