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정부와 비교해 최초·최장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태세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이 가장 긴 공석을 유지했고, 해외 순방 도중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한 유일무이한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 윤 대통령이 세운 최초·최장 등 각종 사례를 취합해 봤다.
윤석열정부는 인사 참사 지적에서 드러나듯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이 가장 긴 공석을 유지했다. <뉴스토마토>가 6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인사혁신처 자료(김영삼정부 이후 국무위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29일에서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만취 음주운전 경력에 만 5세 학제개편 추진으로 논란을 빚었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가 자진사퇴한 이후 50일 만이었다.
이는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늑장 임명·지명이다. 윤석열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는 장관이 사퇴하더라도 곧바로 임명 수순을 밟거나, 최대한 빠르게 임명해 공석 상태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인으로는 협소한 인재풀과 함께 정반대 시각에서 신중한 인선이라는 해석이 맞붙는다. 갈수록 검증이 치열해지는 인사청문회도 기피 대상이다. 교육부장관은 현재 의전서열 12위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바로 아래다. 여타 부처 장관 중에서는 외교부장관이 19위로 가장 높은 순위다.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2월25일 취임 다음날 오병문 전 교육부장관을 임명했고, 오 전 장관이 그해 12월21일 사퇴하자, 다음날인 22일 김숙희 전 장관을 임명해 국정 공백을 메웠다. 이명박·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내 교육부장관의 사퇴로 국정 공백이 이어지지 않도록 사퇴 다음날 임명했다. 물론 국정공백이 발생한 정부도 있었다. 공백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 2일(송자→이돈희), 박근혜 전 대통령 23일(서남수→황우여), 노무현 전 대통령 43일(김병준→김신일) 순이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최장공백' 기록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해 132일째 이어진 복지수장 공백 사태를 마감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정부의 첫 보건복지부장관이 됐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의 공백 사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취임 후 빠르면 하루에서 늦게는 2주 안에 복지부장관을 지명했다. 탄핵정국으로 인수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한 문재인정부만이 박능후 복지부장관을 72일 만에 임명했다. 인수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했던 윤 대통령은 132일로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인사청문회를 패싱한 사례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청문회는 2000년 김대중정부에서 도입됐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청문회 자체를 생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역대 정부를 보면, 이명박정부가 2008년 김성호 전 국가정보위원장,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4명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해 ‘최대' 기록을 보유했다. 윤석열정부도 김창기 국세청장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국회 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특히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리는 국세청장을 비롯해 금융위원장 그리고 합참의장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사례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발생했다.
게다가 국회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대통령에도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김재수 전 농림축산부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최초의 사례였는데, 이제 윤 대통령도 나란히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됐다.
최저 지지율도 눈여겨볼만 하다. 한국갤럽을 기준으로, 윤 대통령은 8월 첫째주 국정수행 지지율 24%를 기록한 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30일 다시 24%로 주저앉았다. 통상 역대 정부들이 정권 초기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과 유사한 1년차 2개 분기(6개월)로 추려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83%, 김대중 전 대통령 62%, 노무현 전 대통령 40% 박근혜 전 대통령 51%, 문재인 전 대통령 75% 수준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만 유일하게 같은 시기 21%의 최저 지지율을 보여 윤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율 최저 기록’의 불명예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2008년 5월 불거진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윤 대통령은 굵직한 특정 사안 없이도 지지율 20%대와 30%대를 오가는 신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국제회의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샀다.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은 발언 16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XX'와 같은 욕설에 대해서는 질문을 피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등과 같은 직설적 화법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그 역시 비속어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한미 정상 간의 48초 짧은 환담은 두고두고 남을 기록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바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자,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국익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백악관은 ‘광범위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그치면서 국민들은 진실게임에 빠져들었다. 국익을 위해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물었던 노 전 대통령과는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도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도입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도입하면서 ‘소통 의지’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신인인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각종 논란을 야기하는 장이 됐다. 자신의 친인척인 최모씨를 대통령실에 근무하게 해 논란이 일자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선거운동을 해온 동지”라고 말해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정성에 금이 가게 했고, 최저 지지율 기록에 대해서도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해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영부인 논란도 최초다. 통상 대통령에 초점이 모아지는데 비해 윤 대통령의 경우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외에도 허위경력 및 무속 논란 등에 휩싸였다. 코바나컨텐츠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되는가 하면, 사적 지인을 해외 순방에 대동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해 집권여당 대표와의 갈등을 집권 초기부터 벌여온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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