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네이버(
NAVER(035420))의 출장여행(Business trip) 서비스 시장 진출을 놓고 여행업계가 혼돈에 빠졌다.
네이버가 내년 이 시장에 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발을 들여놓으면, 여행업체들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골목상권을 침범해 결국 중소여행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네이버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출장시장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채널을 개설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어온 여행업계의 먹거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여행업계와 네이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달 다수의 국내 여행사들에게 출장여행 서비스 플랫폼 입점을 제안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 출장에 필요한 여행정보 상품을 모아서 제공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출장여행 포털' 성격을 띈다. 출장 기간과 장소 등을 입력하면 항공편과 숙소를 찾아 연결하며, 최적의 코스와 일정을 제공한다. 고객, 즉 해외 출장자에 대한 고객 응대를 강화하고, 경비처리 분야 등 네이버가 보유한 전산화기술을 이용해 계약당사자인 중소기업의 업무처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큰 규모의 기업은 대형 여행사와 전담 계약식으로 출장여행 시장을 이용해왔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해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면서 "네이버여행 등을 통해 이같은 니즈를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골목상권 침해 우려와 관련해서 "(우려가) 과한 부분이 있다"면서 "여행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여행업계는 네이버의 출장여행 시장 진출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계에서는 출장여행에 대해 '상용시장'이라 지칭하는데, 이 상용시장은 특성상 일정 변동이 잦아 해당 여행사 등에서 이를 적절히 백업하고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여행업계는 네이버가 플랫폼 시스템으로, 상용시장의 특성을 커버하기 무리라고 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시스템적인 부분이 상용시장의 잦은 변경과 취소, 그리고 현지 응대 같은 부분에 적합할지 모르겠다"면서 "기존처럼 소비자와 업계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얻어 내는 형태라면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서로 견적을 내야하는 시스템이 돼 입점 여행사들이 서로를 의식해 가격을 낮게 써 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가뜩이나 여행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행사 간 치킨게임이 돼버릴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 여행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여간 영업을 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상용시장 진출은 중소여행사들을 궁지로 모는 행위와 같다고 비판했다. 박지연 여행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네이버 같은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이 비즈니스 출장 플랫폼을 출시하면 중소여행사는 다 죽고 말 것"이라며 "
하나투어(039130)나
모두투어(080160) 같은 대형사의 영업으로 힘든 와중에 네이버라는 더 큰 포식자를 만나게 된 셈"이라며 목소리를 놓였다. 조합은 조만간 중소여행업연대위원회를 조직하고, 위기대책회의를 열어 동반성장위원회 등에 의견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여행인 총궐기대회에서 한국여행업협회 등 여행업 종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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