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문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와의 경쟁이 변수고 꼽히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은 임기 만료까지 5개월을 앞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BNK금융이 김 회장의 자녀가 이사로 재직하는 한양증권에 채권 발행 업무를 몰아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임했다.
BNK금융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에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인사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경영승계 규정 일부를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BNK금융 이사회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규정에도 없는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 승계 규정에 차기 회장은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지주 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만 선임할 수 있다고 정했다. 다만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시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경우 외부 인사, 퇴임 임원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 같은 최고경영자 승계 규정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BNK금융의 설명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BNK금융에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규정 취지에 따라 내·외부 인사 모두 동등하게 차기 회장 후보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를 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별문제 없이 존재했던 최고경영자 승계 규정과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금감원이 나서서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차기 BNK금융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내부 후보군은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등 9개 계열사 대표 등이다. 이들은 최고경영자 승계 규정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 밖에 외부인사 중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경남은행장을 지낸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오는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들이 2+1년 임기를 채운 만큼 손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은 2년 연속 2조 클럽 달성 성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올 3분기 누적 순이익도 1조9717억원에 달해 무난하게 2년 연속 2조 클럽에 진입할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공신들 중 경제 관료 출신들이 차기 농협금융 회장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져 앞으로 이들과의 경쟁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6월 4년간 조 회장 발목을 잡은 채용비리 혐의 재판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또 올 3분기 실적에서 3년 만에 KB금융지주(
KB금융(105560))보다 앞서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3154억원으로 5조 클럽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에도 연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기 중 민영화 달성에 이어 실적 부문의 성과도 눈에 띈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익이 2조6617억원으로 3조 클럽 입성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장 중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임기가 각각 올해 말, 내년 3월에 임기 종료된다. 진 행장과 박 행장은 최근 3분기 은행 실적 성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592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하나은행 2조2438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보다 15.6% 성장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윤 행장은 일찍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 후임 행장에 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 김규태 전 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그동안 기업은행장은 경제 관료 출신들이 독식하다가 23대 조준희 행장 이후 권선주, 김도진 등 10년간 3대 연속 내부 출신이 발탁됐다. 2020년 윤 행장이 취임하면서 내부 출신 행장 계보가 끊겼다.
낙하산 출신 행장 논란에 대해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차기 행장 하마평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자
기업은행(024110) 노조는 관료 출신 낙하산이자 부적격 인사라며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왼쪽부터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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