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어라" 만취 고객 폭언에 베테랑 캐디 퇴사

피해 캐디는 10년 넘게 해당 골프장에 근무한 '베테랑'"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로 폭언 이어져

(사진=SBS 영상 캡처) 캐디가 고객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만취 고객의 갑질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은 베테랑 캐디가 결국 퇴사했다.

 

15일 SBS 보도에 따르면 충남 공주의 한 골프장에서 만취 고객이 "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로 캐디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지시하는 등 폭언을 이어갔다.

 

해당 골프장 보조요원은 인터뷰에서 "처음 오셨을 때부터 본인들이 소주 3병을 마시고 왔다고 말씀하셨고, 9홀 끝나고 그분들 모시러 갔을 때도 테이블 위에 막걸리 3병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병원에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은 해당 캐디는 사건 보름 만인 지난 1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년 넘게 이 골프장에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골프장 측은 이러한 갑질에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보호해야 할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7월부터 관련법 개정으로 캐디는 특수고용직군으로 포함돼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노동자 지위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500여개 골프장에 일하는 캐디들은 3만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박재연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