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늦어지면서 3개월간 중단됐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늘(24일) 재개된다. 여야가 오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인준 표결을 하기로 하면서 이날 ‘대법관 공백’ 사태를 끝낼지 주목된다.
오 후보자는 지난 7월 27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을 했지만, 국회 인준 표결을 받지 못해 이날까지 120일째 표류했다. 과거 임명 제청에서 임명 시작까지 108일이 걸린 박상옥 전 대법관의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간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3부 김재형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상고심 사건 330건은 심리·처리가 중단된 지 3개월째, 사건 재배당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관 공석 사태 속 ‘미쓰비시중공업 국내재산 매각 명령 재항고’ 등 수백 건의 사건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대법원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와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는 대법관 한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예정됐던 전원합의체 선고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대법원 사건 적체가 심각해지며, 전원합의체 합의가 필요해 보이는 사건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번 선고 사건들을 포함해 전원합의체에 계류된 사건은 총 7건이며 상고심에 올라온 사건 중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판단을 앞둔 사건은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일 이날 오 후보자 임명이 무산된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12명의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게 된다. 현행법상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3분의 2 이상이 있으면 소집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대법관 인원이 짝수인 상태에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룰 때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아 결론을 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인원을 13명으로 두는 이유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 사건들의 경우 이미 선고하기로 결정이 난 것이므로 당연히 (대법관 12명 중 6 대 6) ‘가부동수’ 의견은 아니다”라며 “새로 들어오는 사건들은 3부에 배당을 못하다 보니 다른 대법관들이 추가로 배당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 미제 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관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심리를 하는 만큼 다른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임명 동의안이 통과돼 당장 오 후보자가 25일 취임한다 해도 사실상 28일부터 사건을 보게 될 것이고, 330여건의 사건들을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 오 후보자 임명이 늦어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 후보자의 인준 여부는 결국 이날 야당의 입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명 동의안에 대한 찬반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를 하기로 했다. 일단 원내 지도부 의견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임명동의안 부결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내부 반대 기류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자율투표를 하더라도) ‘과반 찬성’ 가능성이 높아 오 후보자 인준은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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