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어려운 보험약관, 소비자 보호 더 어려워졌다
법원, '작성자 불이익 원칙' 적용 배제
"보험 산출 내역까지 이해해야할 판"
2022-11-25 06:00:00 2022-11-25 08:50:47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삼성생명(032830) 즉시연금 소송에서 보험사가 승소하면서 보험약관 분쟁에서 소비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부가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데다 약관 설명이 모호할 때 소비자 입장을 우선하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2심에서 원고(소비자)의 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판매 과정에서 중요사항을 설명했다며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연금 이자도 제시된 산출 방법에 의해 명확히 단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주장한 작성자 불이익 원칙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만기환급금(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생명이 보험약관에 '산출방법서'(보험금 지급액 계산 방법 설명서)에 따라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약관 해석 분쟁에서 소비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영학 보험전공)는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약관이 아닌 산출내역서상 제시된 연금월액 계산 수식까지 소비자가 이해하고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똑똑하지 않은 보험 계약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설명 의무라는 것은) 판매 과정에서 보험 판매인이 구두 설명을 했더라도 약관 내용이 계약의 핵심이고, 보험사의 설명의무는 약관에 명확히 명시하고 보험 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는 것까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창희 국민대 명예교수(법학)도 "산출방법서는 보험회사 내부의 계리적 서류이기 때문에 보험 계약관계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소비자에게 반드시 교부되는 서류도 아니다"라며 보험약관을 기준으로 설명의무가 지켜졌는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약관 상 설명이 명확하지 않고 본 약관도 아닌 산출방법서 상 보험금 계산 산식으로 일반 금융소비자가 사업비 공제 내용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모호성을 지적했다. 앞서 해당 사건에 대해 소비자 민원을 받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들어 소비자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반면 최병규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약관 상 해석을 진지하게 시도해보고 그래도 해석이 명확하지 않을 때 적용하는 것이기에 이번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당시 상품을 만들 때 법률적 조언이 충분하지 않고 보험 계리적 입장을 위주로 작성된 것으로 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질 지급률 등을 공개해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교수는 "일반 소비자는 책임준비금 등 일정 비용이 보험금에서 공제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보험금 지급 전 공제되는 액수의 비중이나 실제 보험금에 적용되는 금리 등을 보험사가 소비자들에게 공개해 보험 계약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 삼성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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