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퇴직후 징역형이 확정된 공무원의 연금을 환수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무원 재직 중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재판장 김순열)는 부산진구 지방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연금 제한 및 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명예퇴직 후 일주일만인 2011년 1월7일부터 B복지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해당 복지원은 2010년 10월8일부터 2016년 11월15일까지 약 6년간 위생원을 채용한 사실이 없음에도 채용한 것처럼 관할 부산 강서구청을 속여 인건비 약 2억5735만원을 타냈다.
해당 사건 관련자들과 A씨는 이 일로 사기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법은 2020년 4월2일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를 확인한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3월24일 구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2020년 5월부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이 50% 감액된다고 A씨에게 알렸다. 기존에 이미 지급한 약 5557만원의 연금을 환수하겠다고도 했다.
구 공무원연금법 제65조1항에 따르면 재직 중 사유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 일부를 줄여 지급하고, 같은 법 제37조1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 지급액을 환수한다고 돼 있다.
이에 A씨는 "명예퇴직일 이후부터 B복지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퇴직 이전부터 해당 사건 형사판결 기재 범행을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범행에 A씨가 C와 공모해 2010년 10월8일부터 인건비를 허위청구해 편취했다는 취지로 범죄사실이 기재돼 있기는 하다"면서도 "A씨가 B복지원에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명예퇴직일 이후부터"라며 재직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라며 "퇴직연금 제한지급 처분과 환수처분을 각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