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커넥티드카 보급이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운전 성능이나 편의기능과 관련된 구독 서비스를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관련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EQE 350 및 EQS 450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에 연간 1200달러(약 160만원)를 내면 가속력이 높아지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전기모터 출력이 20~24% 향상돼 제로백이 6.2초에서 5.2초로 빨라진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 후륜조향시스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구독 상품으로 출시한 바 있다. 1년 사용료는 489유로(약 68만원), 3년은 1169유로(163만원)다. 벤츠는 향후 적용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본 4.5도 각도로 뒷바퀴가 회전하는데 사용료를 지불하면 최대 10도까지 가능하게 했다. 뒷바퀴 조향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을 가능하게 도와 운전자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사진=메르세데스-벤츠)
BMW는 월 사용료를 받고 운전석·조수석 열선시트와 열선핸들을 쓰도록 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제너럴모터스(GM)은 내년에 선보일 반자율주행 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활용해 구독료를 내지 않은 차량은 쓸 수 없게 하고 구독료를 낸 차량만 해당 기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국내 도입은 없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월 구독 형태의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에 오토파일럿을 기본 탑재시키고 있다. FSD는 여기에 자동 차선변경과 신호등 인식 등의 기능을 추가 제공한다. 소비자는 1만2000달러(약 1489만원)를 내고 평생 FSD를 이용하거나 매달 199달러(24만원)를 내면서 사용할 수 있다.
차량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화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생태계 활성화 등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를 위해 매달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반발이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설치한 하드웨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이미 이윤을 남겼는데 구독 서비스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옵션을 스마트폰 앱처럼 구입하도록 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 출고하면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각종 옵션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이 30%까지 늘어나면 연간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약 1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은 옵션으로 제공하던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전환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등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구독한 고객의 서비스 사용 데이터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이를 위해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레이크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배터리 용량 조작, 운전자 보조 기능 개선 등 폭넓은 업데이트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하드웨어 중심이던 자동차의 가치가 소프트웨어로 중요성이 이동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커넥티드카 보급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바뀌고 있다"며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반항이 거세지만 시장에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면 점차 해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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