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인력감축 문제를 두고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면서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이 6년만에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파업으로 인한 서울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정식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를 향해 "인력감축을 철회하고 노사합의를 이행하라"며 "부족인력을 충원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출정식에는 6000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이들은 공사가 재정위기로 2026년까지 전체 인력의 약 10%에 가까운 1539명을 감축할 것이라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자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인력 감소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출정식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뒤집었고, 서울교통공사는 인력충원을 인력충원을 약속했는데 오 시장이 이를 뒤집었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뒷전인채 공공기관도 돈벌이 수단으로 쓰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규탄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신당역과 이태원, 오봉역 참사 등 언제까지 노동자들과 시민이 죽어야 하냐"며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서울시장의 눈치보는 시정운영으로 1000만 시민이 위험을 막기위해 투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30일 서울시청 서편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정상운행 대책을 가동했다. 필수유지인력을 확보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해 시민 불편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출근시간 지하철 운행 차질이 없도록 할 목적이다.
공사는 파업 기간동안 필수유지인원과 대체근로 인력을 통해 평시 기준 83%의 인력을 확보했다. 공사는 필수유지 및 비상 승무 인력을 투입해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열차 운행을 평시 운행률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낮 시간과 평상시간에는 운행률이 떨어진다. 공사는 낮 시간과 평상시간에 평시 대비 72.7%의 운행률로 하향 조정했다.
공사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 인천교통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대책을 수립한 뒤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파업이 8일 이상 연장될 시 대체수송력을 높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집중배차 30~60분 연장 △지하철 혼잡역사 전세버스 배치운행 △자치구 통근버스 운행 독려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인 데다가, 오 시장도 노조측의 직접 교섭 요청을 거부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이날 주거안전망 종합대책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지하철 파업은 정치적인 파업이라고 개념을 정의하고 싶다"며 "시에는 20개가 넘는 투자출연기관이 있는데 노사 협상에 시장이 하나하나 직접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유가 구조조정과 혁신안 철회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 이면에는 지금 본격화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의 파업이 배경으로 연결돼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며 "실제 협상과 교섭 결렬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총파업 2일차인 다음달 1일 서울 지하철 주요 역사에서 시민 홍보활동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결의대회 등을 진행하며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거안전망 확충 종합대책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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