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내년 전국 주택가격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 경기 위축 여파로 3.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는 올해 연간 추정치인 -2.4%보다도 낙폭이 1.1%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최근과 같은 가파른 하락세 흐름이 상반기까지 지속되겠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난 하반기부터는 낙폭이 둔화돼 시장이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침체로 인한 건설 업황 리스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큰 상태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건설 업체가 급증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주택 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주산연은 경제 변수와 주택수급지수를 고려한 예측 모형으로 가격을 전망한 결과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는 올해 말 대비 -3.5%를 기록하고, 아파트 매매가는 -5%를 나타낼 것으로 진단했다.
권역별로 주택 매매가는 서울 -2.5%, 수도권 -3%, 지방 -4%를 전망했다. 아파트값도 서울 -4%, 수도권 -4.5%, 지방 -5.5%로 내다봤다.
또 실거래가 기준 아파트 매매가는 -8.5%, 서울 -9.5%, 수도권 -13%로 낙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내년 고금리, 경기 위축, 부동산 세제 정상화 지연 등으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난 후 내년 4월 이후부터는 하락폭이 둔화하기 시작, 4분기 중에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세나 강보합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거래량은 올해 대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54만가구 수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소 거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값 급락세가 꺾이고 매수 심리도 되살아나면서 거래가 회복돼 올해보다 39% 증가한 75만가구가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 시장에서는 매매에서 전·월세로 전환하는 추세적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 주택 전세는 전국 -4%, 수도권 -5.5%, 서울 -3.5%, 지방 -2.5% 등 모두 하락하는 반면 월세는 전국 1.3%, 수도권 1.5%, 서울 1%, 지방 1.2% 등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 대비 30% 줄어든 38만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며, 착공·분양 물량은 이보다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주산연은 고금리, 집값 급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으로 내년 상반기 중 부도 위기에 처하는 건설 업체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여파가 하반기 제2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브리지론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지원된 자금 대환이 막히면서 건설 업체의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 현금이 부족한 건설 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부터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주택담보대출과 건설 사업에 PF 조달 방식이 거의 없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주담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가 평균 38% 수준으로 낮았다"며 "최근에는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하고 높은 평균 LTV와 PF 조달 비율로 인해 1997년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산연은 이 같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건설 사업의 금융 경색을 완화하고 미분양 주택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PF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건설 업체 보유 토지에 분양 주택 대신 임대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임대 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 분양전환 가격 기준 개선 등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매입해 주는 방안은 부채 문제 등으로 지원 규모상 한계가 있다"며 "노후 자금 등 여유 자금을 가진 계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할 수 있도록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을 복원하고, 주택 거래와 보유 관련 세제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시민이 서울 남산타워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