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대면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일본이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5년 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이로써 일본은 침공해온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한다는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을 무력화하며,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모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 내각은 16일 오후 각의를 열고 외교·방위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의결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외에 방위의 목표와 수단을 나타내는 '국가방위전략', 방위비 총액과 장비품 정비 규모를 정한 '방위력 정비계획' 등이 3대 안보 문서다.
앞서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기 전 상대국의 발사대나 기지를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적극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을 '해석 개헌'하는 형식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했다.
일본은 이번 해당 문서에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는 반격 능력에 대해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반격 능력'은 "유효한 반격을 가능하게 하고 스탠드오프(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 방위기능을 활용하는 자위대의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은 또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투입해 장거리 미사일 전력의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500기를 들여오고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나선다. 이와 함께 육해공과 위성, 사이버 등을 포함하는 종합미사일방어(IAMD) 체계를 미국과 구축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리고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 잠수함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6일 일본 홋카이도 에니와 시의 미나미 에니와 훈련장에서 일본 육상 자위대 연례 전술 훈련이 열려 일본의 90식 전차가 목표물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위비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방위예산은 2023~2027년 5년 동안 합계 43조엔(약 410조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5년간 방위비보다 1.5배 많은 액수다. 일본은 오는 2027년에는 연 방위비를 GDP의 2% 수준인 11조엔(약 10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세계 3위 수준의 방위비 지출국이 된다. 지난 9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공개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세계 국방비 지출국 3위는 인도로, 대략 연간 100조원 수준이었다.
안보 문서 개정에 따라 주변국에 대한 기술도 달라진다. 일본은 개정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북한, 러시아보다 먼저 다루면서 기존에 중국을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표현한 것을 개정판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상 군사적으로 일본의 주된 위협 국가로 중국으로 지목한 것이다.
일본이 안보정책의 대전환에 나서고 대대적인 군비 확충에 나서는 것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가방위전략에서는 방위력 강화의 배경으로 중국의 군비확장 및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 등 주변 안보 환경의 악화를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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