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대치 국면에서 '이상민·한동훈표' 예산이 변수로 등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빅 2(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으로 불린다. '이상민·한동훈표' 예산의 총합은 8억원가량에 불과하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빅 2 장관 예산이 639조원의 내년도 나라살림을 발목 잡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9일에도 예산안 합의를 머리를 맞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은 지난 16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협상 마무리 시한으로 내건 날이었지만, 여야 모두 빈손으로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면담한 뒤 "의장께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한보다 많이 늦었고, 파악해 보니 한두 문제 때문에 예산안 전체가 홀딩 되고 있다"며 "다시 양쪽이 받아들일 방법이 뭘지 찾아보고 (야당과)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께서는 (의장 측에) 새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여야의 핵심 쟁점은 '법인세 인하'였다. 국민의힘은 현재 침체한 경기 부흥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안을 제시를 했는데, 민주당은 "일부의 대기업을 위한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했다. 이에 김 의장이 1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라도 내리자"고 조율에 나섰고, 민주당이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최근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 수장은 그간 야당과 대립해왔던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민주당은 두 사람을 한 데 묶어 '좌동훈 우상민'으로 규정해왔다.
여야는 이날도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회의에서 "5억여원 예산 때문에 639조원 예산 전체를 발목잡기 하고 있다"며 "빨리 생각을 바꾸고 정부조직을 인정해서, 예산이 제때 집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고,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대신 입법 해결이 될 때까지 예비비를 지출한다는 부대 의견을 넣자'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라고 맞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을 수용만 하면 바로 처리될 예산인데, 주말 내내 '오매불망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막혀 또다시 헛바퀴만 돌렸다"며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집권 여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 해야 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은 윤석열정부 들어 신설된 기관이다. 행안부는 경찰국을 통해 경찰 인사권 등을 가지며, 인사정보관리단에서는 정부 주요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는다. 여야는 두 기관 태동 때부터 극렬하게 맞섰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초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두 기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옹호했지만, 민주당은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장악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을 총괄하면서 사실상 대법관의 추천과 검증 권한을 독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여야는 지난달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두 기관 예산을 놓고 맞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2023년도 경찰국 관련 예산 약 6억원 전액 삭감을 의결했다. 여야는 지난달 17일 다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 끝에 경찰국 기본경비 2억900만원은 2100만원 삭감된 1억8800만원으로, 3억9400만원이었던 경찰국 인건비는 1억원 깎인 2억9400만원으로 결정했다. 합계 4억8200만원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예결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법무부가 기관운영 기본 경비 등에 필요하다고 제출한 3억700만원의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이후 이 예산은 예결위 감액 심사 단계에서 보류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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