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선거관리위원회가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안병희 후보의 선거 인쇄물을 일부 삭제하고 발송한 것에 대해 법원이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전보성)는 20일 안 후보가 변협을 상대로 낸 선거운동방해금지등가처분신청 사건에서 안 후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변협은 23일 제2차 선거 인쇄물 발송 시 안 후보가 제출한 별지 기재 인쇄물을 함께 발송해야 한다.
앞서 변협 선관위는 안 후보가 발송을 요청한 선거 인쇄물 일부 내용의 수정·삭제를 요구했다.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한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 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인쇄물에는 '특정 단체 출신 변호사들이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주요 직책을 교차로 맡아 회무를 독점하고 플랫폼, 유사 직역 관련 소송을 '셀프 수임'하고 임원 수당을 대폭 '셀프 인상'했다'고 적는 등 현 집행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안 후보측이 작성한 12페이지 분량의 선거 인쇄물 중 해당 내용이 포함된 2페이지가 삭제된 채로 발송됐다.
안 후보는 “변협 선관위가 변협 부협회장 출신의 다른 두 후보를 돕기 위해 위법한 선거개입을 했다”고 주장하며 대한변협을 상대로 제2차 선거 인쇄물 발송 시 기존에 삭제된 페이지를 함께 발송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공보물 내용은) 변협 회원들에게 공통된 관심사이거나 공적 이해관계에 속한 사항으로, 후보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후보자로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추상적 금지사항 위반 사유를 들어 선거인쇄물 2면 전체를 삭제하도록 한 것은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심사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3일 예정된 대한변협 선거 2차 인쇄물 발송 시 채권자(안 후보)가 제출한 별지 기재 인쇄물을 함께 발송하라"고 했다.
대한변협 회장 선거는 최근 몇 년간 과열 양상을 보인다. 2020년 실시된 51대 선거에서 선거 규칙을 어겼다는 후보자 간 신고서가 변협 선관위에 접수됐고, 후보간 연대를 통한 비방 우려 등을 이유로 일부 후보가 합동 토론회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찬희 변호사가 단독 출마한 50대 선거에서 일부 변호사들이 선거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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