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검찰에 출석하라는 당 내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이 대표가 민생 행보를 통해 돌파구 마련을 꾀하는 가운데 그의 정치적 생사 여부는 결국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왔던 지지도가 될 전망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26일 이 대표를 압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이 대표의 당권 경쟁자이기도 했던 박용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생즉사 사즉생 각오로 당당하게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검찰에) 안 나갈 수 없는 문제"라며 "28일 지역 일정을 취소하고 당당히 검찰에 출석하라"고 했다.
여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단돈 1원의 사적 이득을 취한 일이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진=연합뉴스)
빗발치는 요구에도 이 대표가 검찰의 통보일인 오는 28일 소환에 바로 응할 가능성은 작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가 27일과 28일 전남과 광주에서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불참할 뜻을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난번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이번에 검찰이 일정을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 반해 일방적으로 팩스로 통보했고,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 일정이 있어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검찰에서 출석 관련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여야의 출석 요구는 물론, 그간 그의 든든한 사법리스크 방패막이가 돼 왔던 여론조사 지지도에서도 힘을 잃으면서 이 대표는 고립무원에 빠진 모양새다. 이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30%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와 국민의힘에 앞서는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이 대표를 역으로 뒷받침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돕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40%대에 안착하고,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 23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19일부터 21일까지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40.2%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평가('매우 잘하고 있다' 20.6%, '대체로 잘하고 있다' 19.6%)했다. 지난주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기관이 지난 7월 초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주간 정례조사를 개시한 이래 처음으로 40%대를 넘겼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지난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47.4%에서 44.6%로 2.8%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35.3%에서 40.1%로 4.8%포인트 크게 올랐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되레 하락하면서 이 대표의 유일한 명분과 방패가 퇴색된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기약 없는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현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장 28일 검찰 출석 관련해 어차피 언젠가는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꽤 있다"고 전했다. 최근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수감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 대표가 향후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위기에 빠진 이 대표는 결집을 위해 여론에 기대려고 하지만, 당장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내년 1월 초 부산 등에서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를 진행할 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방할 예정이나, 당 안팎에서 "방탄투어가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밖에서는 검찰이, 안에서는 친문이 이 대표를 옥죄는 상황인데 유일한 타개책은 이전처럼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지지도 회복이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사법리스크 성패는 결국 이 대표 본인과 민주당 지지율이 결정한다. 민주당 입장에서 최근 국정조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대응이 꼬이면서, 예산안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며 "이 대표는 다른 대안으로 민생법안을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고, 앞으로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면 당장 지지도 상승 요인이 별로 없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말 시련의 겨울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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