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다. 우리의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통해 공언한 발언이다. 노조활동의 투명한 회계를 언급한 이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골자는 1000인 이상 노동조합 사업장을 대상으로 1월 말까지 회계 관련 서류 비치 및 보존 의무를 이행토록 안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률에 따라 시정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전문성 확보와 회계감사 결과 공표를 위한 법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노동조합의 '비리'를 노동자들의 '손쉽게' 신고하도록 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 센터도 운영한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조합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는 노동조합이 그간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은 "노동조합의 불투명한 재정운영 관행이 지속되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되고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표명했다.
맞는 말처럼 들린다. '투명한 회계'라는 단어는 어디에 갖다놓라도 긍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 70%가 민주노총의 회계 투명성 강화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도 유사한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긴다. 마치 이제까지 회계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노동조합은 현행 노조법에 근거한 회계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다. 집행과 감사, 이에 대한 심의와 의결 및 보고의 절차 공개 등이 이미 포함돼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법 96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합비로 운영되는 자발적 결사체, 기업에 대항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정부를 향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한 권력기관의 회계감시 강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민주노총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며 노조를 사실상의 '적'으로 규정했다. 선량한 시민과 자영업자 그리고 강성 노조, 민주노총 등을 갈라치며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덧씌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에 대한 투명한 회계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오늘 발표에 대해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자주성에 기반한 노동조합의 운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노동조합과 조합원, 노조합과 시민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극히 일부 사례를 과장해 마치 도덕성을 생명으로 한 노동조합에 큰 부정이 있다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비민주적인 회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해 정치화시키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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