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깜깜이 회계' 손본다는 정부…'노조 탄압' 우려 목소리도
고용부, '노동조합 재정투명성' 발표
내년 1월말까지 회계 점검…보고 없으면 시정
회계감사 독립성·전문성 확보 명목 법개정
"노조탄압 우려 사안…노조압박 내용 대다수"
"더욱 의무화하는 방안 외국에도 없어"
2022-12-26 14:07:45 2022-12-26 14:08:18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의 고강도 회계 공개와 온라인 신고센터 운영 방침 등을 밝히면서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우려심이 나온다. 현행 감사·공개하는 규정 이상의 법 개정 강화는 자발적 결사체인 노조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브리핑을 통해 노동조합 재정의 '깜깜이 회계'를 언급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개선안을 보면 조합원 1000인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총 253곳에 대해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른 서류 비치 및 보존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말까지 자율점검을 안내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결과 보고를 하지 않거나 서류 비치를 하지 않은 경우 법률에 따라 시정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 등도 추진한다. 노조법 25조에 따르면 회계감사원을 통한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으나 자격 제한이 없다. 고용부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원인이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26조에는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공표도 구체적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과 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조합에 대한 재정지원이 잘 쓰이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MZ 세대와 미조직 노동자 등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일정 규모 이상 노동조합의 회계감사 결과 공표를 검토하고 조합원의 열람권을 보장·확대하는 등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율적인 결사체에 대해 현행 감사·공개하는 규정 이상으로 무엇을 하는 조치가 일반적이지 않다"며 "법 개정으로 (회계관련 내용을) 더욱 의무화하는 방안은 외국에도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칫하면 (노동조합) 탄압의 우려가 굉장히 깊게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 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탄압 우려를 낳고 있다. 고용부 측은 포괄임금 오·남용을 센터 설립 명목의 첫번째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특정 노조의 가입·탈퇴 강요, 재정운영 결과의 공개 거부, 휴면노조의 신고 등 실제로는 노조압박을 위한 내용이 대다수라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노동조합의 가입이나 탈퇴 등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포스코 지회에 대해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노동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청년, 저임금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임금체불,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포괄임금 오남용,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시장의 5대 불법·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근로감독도 강화한다.
 
노사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한다. 폭력 등을 통해 다른 노조의 조합 활동을 방해하거나 채용 비리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에 불합리한 노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회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한다.
 
이 장관은 "노사정은 과거 여러 차례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합의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노사정이 함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를 토대로 노사 모두의 관행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교수는 "일부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은 지나친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이는 그 자체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공안적인 노동탄압을 해온 정권들 처럼 초기 과도한 반노동 정책을 펼쳐 이 문제들을 다뤄야하는지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마녀사냥을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수지지층 일부를 회복했는데 반노조 방식으로 지위를 회복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 시대에 맞는 보수의 색깔은 흘러간 신자유주의 대처리즘이 아니고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조합원 1000인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총 253곳에 대해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른 서류 비치 및 보존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말까지 자율점검을 안내할 예정이다. 사진은 집회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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