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지 3년이 흘렀다. 이 기간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주주들의 아픈 마음이 위로받기도 했다. 대신 길어진 감염병 유행으로 자가검사키트와 감기약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의회에선 업계 숙원을 풀어줄 개정안이 발의됐고, 산업계에선 큰 돈을 들여 새로운 엔진 찾기에 나섰다. <뉴스토마토>가 올 한 해 있었던 제약바이오업계 주요 사안을 정리했다.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던 신라젠이 지난 10월 코스닥시장에 복귀했다. 거래가 정지된 지 2년5개월 만이다. (사진=신라젠)
⑥신라젠·코오롱티슈진, 벼랑 끝에서 부활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월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의 거래재개를 결정했다.
두 회사의 거래정지 이력을 보면,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배임·횡령이 발단이었다. 거래소는 지난 2020년 5월 이 같은 이유로 신라젠 거래를 정지했다. 이후 신라젠은 같은 해 1년의 경영 개선기간 부여와 올 1월 상장폐지 끝에 마지막으로 6개월의 개선기간 부여를 한 차례 더 받았다.
거래소는 이 기간 △최고의학책임자(CMO) 확보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신규 파이프 도입을 위한 기술위원회 설치 △외부기관 추천 사외이사 충원 등의 과제를 신라젠에 부여했다.
신라젠은 지난 9월 스위스 기업 바실리아에서 항암제 후보물질을 들여오면서 거래소 과제를 모두 이행했고, 다음달인 10월13일 2년5개월 만에 코스닥시장에 복귀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9년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변경 논란과 배임·횡령이 더해져 거래정지를 맞았다.
연이은 악재로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게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데 이어 코스닥시장에서도 주식매매거래 정지라는 벽에 부딪혔다.
이후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소에게 세 차례에 걸친 개선기간을 받으면서 개선 과제를 모두 이행해 지난 10월25일부터 거래 재개를 맞았다. 코오롱티슈진이 받은 과제는 △임상보류 해제 및 환자투약 재개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 △라이선스 아웃 △재무건전성 확보 등이었다.
서울시내 한 약국 출입문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절 안내문이 부착됐다. (사진=동지훈 기자)
⑦끝나지 않는 코로나19…자가키트·감기약 수요 급증
치명률이 높았던 델타 변이 이후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과 하위변이가 코로나19 유행을 이끌면서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도 여러 차례 대유행을 겪은 국가 중 하나인데, 이런 와중에 검사체계가 PCR에서 신속항원검사로 바뀌면서 한때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시장 질서 안정화를 위해 자가검사키트 공급량을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가검사키트 업체들은 수출 물량 선적 시기를 조정하는 등 공급 안정화에 동참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판매처와 1인당 1회 구매량을 제한하는 유통개선조치도 시행했다.
지난 2월 식약처가 도입한 유통개선조치는 △온라인 판매금지, 약국·편의점으로 판매처 제한 △대용량 포장 제품 생산 증대 △낱개 판매 허용 및 1명당 1회 구입 수량 제한 △수출물량 사전승인이 골자다.
유통개선조치로 시중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공급량은 늘어났고, 식약처는 일부 제한만 풀다가 5월 들어서는 모든 조치를 해제했다.
감기약은 자가검사키트와 함께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특히 백신 접종 이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재고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신규 확진자 증가로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는 중이다.
식약처는 감기약 업체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 생산·수입 긴급 명령을 내리면서 대응에 나섰다.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내년 11월까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650㎎ 18개 품목의 건강보험 상한금액을 1정당 50원에서 70~90원 수준으로 인상했다.
정부 조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단, 수요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중심으로 몰려 있어 다른 성분의 감기약이나 해열제 재고에는 여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지난 6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국회 산·학·정 의료기기 심포지엄 '의료기기산업의 미래와 정책'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정숙 의원은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뉴시스)
⑧'업계 숙원'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치 눈앞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제약바이오업계가 줄곧 외쳤던 컨트롤타워가 설치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현행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지원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사항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제약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 설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던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의 바람과 달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컨트롤타워 설치를 위한 움직임에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 대신 업계 숙원을 풀 단초를 마련한 서정숙 의원 개정안에 반색했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4개 단체는 개정안 발의 이후 공동 환영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는 하는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에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약바이오산업혁신위원회로 격상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제조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된다.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CPHI 행사장 내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⑨대기업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제약바이오
2022년은 어느 해보다 대기업의 제약바이오 진출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난 4월 바이오젠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삼성바이오에피스)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삼성바이오로직스)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롯데도 바이오에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 중 하나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 130억원을 출자해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초대 수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DP) 사업부장 출신인 이원직 대표가 맡았다. 이원직 대표는 국내외를 오가면서 파트너링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 막차는 오리온이었다.
오리온홀딩스(001800)는 지난 13일자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를 공시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오리온홀딩스와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가 각각 60%, 40%의 지분율로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한 기업이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치과 치료제 개발 사업에 진출한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기업 아베오를 인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품는 첫 사례다. (사진=LG화학)
⑩해외 기업 사들이는 제약바이오
2022년을 달군 마지막 제약바이오업계 소식은 해외 기업 인수다.
먼저 롯데의 바이오사업 첨병을 역할을 맡고 올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00억원을 들여 미국 시러큐스 소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안에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지난 7월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르디안 바이오사이어언스를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15억3199만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당초 인수 기일은 내년 1월7일이었으나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같은 해 1월31일로 정정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르디안 인수로 △체외진단 포트폴리오 강화 △북미 시장 진출 가속화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 등의 이점을 노리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지난 10월 미국 항암제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5어6600만달러(약 8131억원)다. LG화학의 아베오 인수는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보유 회사를 품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LG화학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미국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확정하고 최근 자회사로 편입했다. 총 인수 금액은 3700만달러(482억원)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뉴로보의 장점을 토대로 자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뉴로보를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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