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해제를 두고 상인들과 인근 대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상인들은 반기지만,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가 높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해제가 쇠락한 연세로 일대의 상권 살리기가 주 목적인 만큼 상인들은 유동인구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연세대 등 인근 지역 대학생들은 대학 상권의 정체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신촌역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와 이화여대까지 이르는 500m 가량의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일부터 9월 말까지 약 8개월 간 일시적으로 해제된다. 대중교통인 버스만 통행이 가능했지만 이륜차를 제외한 택시, 일반 자동차의 통행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4일 연세로 일대 상권은 매출 기대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대학생들로 한정된 유동인구는 상권 전체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졌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무더기 공실이 발생한 상권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연세로 대중교통지구는 지난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됐다. 2011년 송도캠퍼스 조성 이후 신촌캠퍼스 상권 살리기의 일환으로 시행됐으나, 접근성 약화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연세로 소상공인들은 이른바 '막힘' 요소를 없애는 것이 상권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거 공실이 생기긴 했으나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 통행이나 주차 문제에 직면한 직장인들은 신촌을 떠나며 유동 인구가 인근 대학생들로 한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세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는 "세브란스 병원만 봐도 직장인들은 수천 명인데 이들은 퇴근 후 신촌을 빠져나가는 인구"라며 "자동차 통행이 되면 거리는 다소 복잡하고 위험해지겠지만 상인들에게는 택시 이동이나 주차가 문제가 해결되면 당연히 유동인구는 늘어날거고 매출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로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학생들조차 많이 다니지 않는 쇠락한 상권이라는 이미지가 오래가면서 비싼 임대료를 주고 들어오려는 가게가 없는데 이번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상권을 제대로 살리려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말에 더 많은 사람을 끌 수 있도록 홍대처럼 주말에 버스킹 등 문화활동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교통 혼잡은 물론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집중된 대학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잃는다는 이유에서다. 상권 활성화 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은 "졸업생과 재학생들 대부분 차 없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방침은 유감"이라며 "버스킹이나 문화행사, 안전한 보행이 강점이었지만 안전과 대학 문화를 담보로 상권 살리기에만 집중됐다"고 비판했다.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신촌역 앞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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