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국내 3사 점유율 23% 7%p 하락…중국 업체 60% 넘어
17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37.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 24.2%, 2021년 32.2%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오르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뉴스토마토)
2위는 13.6%를 기록한 BYD로 1년 만에 5%p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LG에너지솔루션을 처음 제쳤습니다. 이외 CALB, 궈쉬안하이테크, 선와다, EV에너지 등 중국 기업들도 세계 10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 포함되는 등 중국 기업 6곳의 점유율을 합하면 60.5%에 달합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은 23.2%로 전년동기대비 7.4%p 하락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22.6%에서 2022년 12.3%로 10%p 넘게 빠지며 CATL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BYD에 마저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성장에는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내수에 그치지 않고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북미, 유럽 등 해외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실제 테슬라는 이미 2020년부터 일부 차종에 중국 CATL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고 그 비중을 늘려왔습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리비안 등도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 대비 저렴한 가격과 약점으로 지적됐던 안전성 문제를 개선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선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2011년부터 이어진 배터리 분쟁 역사
이처럼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긴 분쟁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배터리 공급체인 불안감을 일으켜 신뢰성이 추락하고 중국 배터리의 공세적 시장 확대를 허용한 것이 큰 손실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분쟁은 2017년~2019년 당시
LG화학(051910) 배터리사업부문의 직원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촉발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배터리 분쟁 일지.(그래픽=뉴스토마토)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의 미국 사업에 제재를 위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를, 손해배상을 위해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진행합니다. 국내에서도 산업기술 유출을 이유로 SK온을 고소했고 SK온은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맞대응했죠. 이어 양사는 각각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결국 2021년 2월 ITC는 SK온의 영업비밀침해 및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해 '미국 내 배터리 수입·생산 금지 10년'을 명령했습니다. 4월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배상금으로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지급한다는 것에 합의하며 모든 분쟁과 소송은 종료됐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양사의 분쟁은 결국 중국과 일본 등에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와 SK간 배터리 사업 관련 분쟁은 역사가 깊습니다. 2011년부터 배터리 사업 관련 특허 및 기술유출 갈등을 빚어 왔는데요. LG화학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자사 리튬이온분리막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에 LG화학 특허 관련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특허심판원은 LG화학의 특허에 대해 무효를 결정했고 LG화학은 해당 심결을 최소해달라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2013년 LG화학이 제기한 무효심결 취소 소송을 기각했고 회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2014년 양사 합의가 진행돼 소를 취하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소송 이후 두 업체의 수주량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미국이나 유럽 진출을 어렵게 하는 선례로 남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력과 관련된 영업비밀 보호 차원에서 ITC 소송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며 "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선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포드, SK온 대신 LG엔솔과 튀르키예 공장 짓기로
두 회사 간 대결 구도는 여전합니다. 최근 포드는 SK온과 진행하려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건설을 LG에너지솔루션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포드는 미국 미시건주에서 생산하는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에 SK온 배터리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머스탱 마하-E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두 회사 대결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서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공장 3곳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고 캐나다에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구축 중입니다. 최근엔 혼다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고객사를 대폭 늘려나고 있습니다.
반면 SK온은 자금난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2조8000억원 규모의 SK온 유상증자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외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SK온은 모회사 지원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요. 지난해 7월 독일 무역보험기관 오일러헤르메스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20억달러(약 2조5500억원)를 조달해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자했습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습니다. SK온은 포드와 진행 중인 미국 켄터키·테네시 공장,
현대차(005380) 미국 조지아주 합작 공장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최소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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