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습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립니다.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것을 보니,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찬밥에 물 말아먹듯' 신속하게 청구해 준 모양입니다.
앞서 경찰은 강진구 대표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열려고 한 것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탐사'의 유튜브 방송에서 한 장관을 '욕되게 했다'는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와 차량을 이용해 쫒아다녔다는 점(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을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했습니다.
반드시 구속시키겠다는 검·경의 의지
한번 법원에서 기각된 영장을 검찰과 경찰이 혐의를 추가해 재신청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만, 이럴 경우에는 '반드시 구속시키겠다'는 검·경의 의지가 두드러집니다.
물론 강진구 대표의 취재가 정당하고 올바르다고 두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변한 지금, 구둣발로 다른 사람 집에 동의도 없이 들어가 사진을 훔쳐 신문에 버젓이 싣던 '쌍팔년'도 아니고, 인권과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받는 달라진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 대표의 취재방식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강 대표의 행위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 해도 구속이라는 공권력의 '끝판'을 권력기관이 적극 행사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한정의 언론자유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합니다.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할 경우 피해배상, 즉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유도합니다. 언론이 잘못된 취재와 보도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게 맞지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구속과 같은 극단적인 형사적 책임을 물리는 것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의미입니다.
언론은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이 가진 강제수사력이 없습니다. 제보를 비롯해 취재거리가 있으면 최대한 발품을 팔아 '사실 확인'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권력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숱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수장인 행정부 나라가 아니다
사법적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구속'이라는 무기로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대응하면 취재와 보도 등 언론자유는 위축되는 게 당연할 겁니다.
윤석열정부는 언론에 대해 '고발'로 맞서고 있습니다. 강 대표 사안뿐 아니라 최근 '천공 의혹'을 보도한 본지와 한국일보 기자에게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즐깁니다.
이같은 대응을 보면서 언론계 전체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불행할까요. 취재 결과 그게 진짜라고 드러났을 때, 진짜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국민들만 불쌍하게 되지 않을까요.
구속이 타당한 지 아닌 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는 법원의 몫입니다. 현재 정권의 기세로는 영장 재신청이 기각되더라도 3번, 4번 연속으로 영장을 거듭 신청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수장인 행정부의 나라가 아닙니다. 3권분립이 세 개의 기둥처럼 솟아있는 민주국가입니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오승주 사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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