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외관 전경. (사진=대웅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보툴리눔 균주를 둘러싼 국내 기업 간의 법적 분쟁 결과가 나온 지 약 2주가 지났습니다. 패소한 쪽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인용된 지는 5일이 흘렀습니다. 정상적인 제품 판매가 가능해진 건데 병원가의 반응은 뜨겁지 않습니다.
'나보타' 제조·판매금지 잠시 멈춘 집행정지 신청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대웅제약(069620)이
메디톡스(086900)의 보툴리눔 균과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균주를 반환하고 4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메디톡스 균주와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했다면서 제조·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기존 생산 물량 폐기도 적시했죠.
대웅제약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판결 닷새 뒤인 15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이틀 뒤인 17일 대웅제약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1심 선고가 잠깐 멈춘 겁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은 불복의 이유로 주장한 사유가 법률상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나보타 사업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보타 기사회생…국가출하승인도 완료
대웅제약 설명대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나보타는 예전처럼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미 국내 사용과 수출을 위한 필수 단계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보타 판매나 수출을 위한 필수 단계는 국가출하승인입니다. 국가출하승인은 보툴리눔 톡신 등 생물학적 제제를 시중에 유통하기 전 국가가 제조단위별로 품질을 한 차례 더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사진=대웅제약)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를 보면 나보타는 지난 14일 국가출하승인을 받았습니다. 승인 대상은 제조번호가 'X22199'인 100단위 제품입니다. 이 제조단위의 나보타는 국내에서 판매되거나 해외로 수출도 가능한 거죠.
시기상으로 보면 1심 판결이 있기 한참 전에 국가출하승인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단계별 실험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국가출하승인에는 30일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출하승인 의약품의 품목별 시료량 및 처리기간을 보면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독소A형 100단위의 국가출하승인에는 41일이 소요됩니다.
1심 판결과 국가출하승인, 그걸 지켜보는 병원가
대웅제약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으니 제조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나보타 국가출하승인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보면 병의원에서 나보타가 쓰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합니다.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기존 물량을 폐기해야 한다는 1심 판결 집행이 조금 뒤로 밀렸지만 의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탓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의원에서 만난 의사 A씨는 나보타도 맞을 수 있냐는 질문에 "소송 때문에 들여오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고 말하자 "그것까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 관악구 소재 의원의 원장 B씨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으니 이전에도 나보타를 들여왔던 곳이라면 제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반대로 쭉 다른 제품을 사용했다면 소송 결과 때문에 선호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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