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메디톡스-휴젤 ITC 2라운드 점화…핵심 자료 제출
휴젤 변호인단, ITC에 소송 조기 종결 의견서 제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핵심기술 자료 제출" 내용 포함
메디톡스·ITC 소속 변호사 의견서도 곧 공개될 듯
2023-02-17 09:14:35 2023-02-17 09:14:35
메디톡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왼쪽)와 휴젤 거두공장. (사진=메디톡스, 휴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미국에서 진행 중인 메디톡스(086900)휴젤(145020)의 보툴리눔 균주전에 다시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은 핵심 자료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미국서 열리는 두 번째 한국 기업 균주전
 
메디톡스는 휴젤이 보툴리눔 균주와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지난해 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습니다. 제소 대상에는 휴젤뿐 아니라 미국법인 휴젤 아메리카와 글로벌 유통 협력업체 크로마파마도 포함됐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벌인 ITC 균주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메디톡스는 2019년 대웅제약이 균주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습니다. 이듬해 나온 결과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수입 21개월 금지. 대웅제약이 이에 불복해 항소한 사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들과 합의했고, ITC 최종 결론은 무효로 돌아갔습니다.
 
메디톡스는 휴젤을 ITC에 제소하면서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휴젤 제품의 수입 금지 및 판매 금지 명령, 마케팅 및 광고 중지 등을 요청했습니다.
 
휴젤은 메디톡스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고, ITC 소송 자체가 근거 없는 무리한 제소라고 맞섰습니다. 특히 "당사의 미국 시장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른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비난했습니다.
 
ITC가 공개한 휴젤 변호인단 의견서 중 일부. (자료=ITC)
 
한국 정부 등장…지지부진한 소송전에 탄력
 
양측이 공방전을 사이 ITC는 제소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ITC가 오는 7월6일과 11월6일을 각각 예비판결일과 최종판결일로 정하긴 했습니다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습니다.
 
소송전 전개 양상을 먼저 바꾸려 나선 쪽은 휴젤이었습니다. 최근 휴젤 변호인단이 작성해 ITC가 공개한 문서가 시작입니다. 이 문서는 소송 지연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조기 종결을 주장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주목할 점은 우리 정부의 등장입니다. 문서에선 'Korean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MOTIE)'라고 나옵니다. 우리말로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뜻합니다.
 
 
ITC가 공개한 휴젤 변호인단 의견서 중 일부 갈무리. (자료=ITC)
 
국가핵심기술 자료 산업부 승인 정황 포착
 
ITC 문서에 산업부가 등장하는 이유는 보툴리눔 균과 제조공정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메디톡스와 휴젤 분쟁의 핵심인 보툴리눔 균주는 우리나라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습니다. 그래서 보툴리눔 균주 관련 정보나 자료가 ITC에 넘어가려면 산업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앞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 과정에서도 산업부 승인을 받은 국가핵심기술 자료가 ITC로 넘어갔습니다.
 
문서를 보면 휴젤은 줄곧 산업부를 언급합니다. 당초 산업부가 승인하려던 국가핵심기술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상황을 지적하면서죠.
 
 
ITC가 공개한 휴젤 변호인단 의견서 중 일부. (자료=ITC)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자료가 ITC에 제출되도록 승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ITC 문서에서도 '산업부가 2023년 1월10일 휴젤과 메디톡스에 공식 승인을 통보했다(On January 10, 2023, MOTIE issued official approval notices to Hugel, Inc and Medytox)'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산업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묻는 질의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정보를 소송 자료로 제출할 경우 국가 R&D 자금이 들어갔으면 승인을, 기업 자금만 쓰였다면 신고 수리로 진행된다"면서도 "개별 기업의 사안을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메디톡스 이어 ITC 소속 변호사도 의견서 제출
 
산업부 승인을 받은 국가핵심기술 자료가 ITC로 얼마나 갔는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습니다. 자료의 양도 많고 절차도 복잡한 만큼 모든 자료가 한꺼번에 넘어가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산업부의 국가핵심기술 자료 제출 승인이 있었던 만큼 ITC 소송이 탄력을 받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이미 메디톡스와 ITC 소속 변호사(Staff Attorney)도 의견서를 낸 상황입니다. 메디톡스는 휴젤 의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ITC 소속 변호사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을 담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문건은 곧 대중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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