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물만 소진…매도·매수 힘겨루기 '여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8개월 만에 '최고'
거래량 절대치, 예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
"정상 가격대 매물은 여전히 거래 어려워"
2023-02-23 06:00:00 2023-02-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며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정부의 시장 연착륙 방안이 잇따르고, 출회된 매물들이 바로 소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업황 침체기였던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죠.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아직 시장의 하락세가 멈췄다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로 저가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형성되고 일반적 가격대의 매물은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여전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시장 반등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월평균 아파트 매매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220건으로 지난해 5월 1737건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집값의 하락폭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8% 하락했습니다. 이는 낙폭이 1주일 전인 6일(-0.31%) 대비 0.03%포인트 줄어든 것이며, 5주 연속 둔화한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이 급락기 대비 다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주택 시장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가 이어지고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더해지면서, 조금씩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이 반등하기엔 확실한 징후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거래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급락기에 비해 증가했을 뿐 예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습니다.
 
실제로 서울 월평균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2020년 6749건, 2021년 3498건, 2022년 1000건 등 순입니다. 올해 1월 거래량의 경우 지난해 평균 대비로는 많지만, 2021년 이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죠.
 
현장에서는 저가 매물을 제외하면 아직 뚜렷한 추가 매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수치상으로는 거래량이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6억원에 실거래됐지만 이는 지난해 5월 32억3000만원에 비하면 무려 6억3000만원이나 낮습니다. 또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59㎡는 이달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전인 작년 2월 19억원까지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4억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이죠.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급매나 저가 매물 위주의 거래는 거래량을 늘리지만 가격 변동률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며 "현재는 오른 가격으로 물건이 거래되는 상황이 아니다. 최근 거래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손을 들며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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