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것일까요. 사는 곳일까요.
서구에서 '집만큼 안전하다'는 관용구는 19세기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할 때 선원들이 겁에 질린 승객들에게 '걱정 마시라. 이 배는 집만큼 안전하다'고 말한 데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탐욕스러운 후세 사람들이 집의 가치를 바꿔 버렸습니다. 집만큼 안전한 투자 대상은 없다는 그릇된 믿음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게 된거죠.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손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죠. 한두푼도 아니고 평생을 걸쳐 모은 돈을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거래에 나설 사람은 없겠죠.
그렇다고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2월 첫째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0으로 전주(66.5) 보다 0.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준선에 한참 못 미치는 60선대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매수세가 약한 모습인데요.
정부가 하락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는 등 거시경제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죠. 고금리에 따른 비용 증가와 수익률 저하로 투자심리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실수요 구매력은 말할 것도 없죠.
이처럼 집값에 대한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거래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단지 몽상가의 꿈일 뿐이죠.
집값은 내려가야 할까요. 올라야 할까요.
재미있는 점은 집 가진 사람들과 무주택자들의 견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집주인들은 가격 하락이 달가울 리 없겠죠. 이에 반해 지난 몇 년간 '벼락 거지'가 된 무주택자들은 모처럼의 집값 급락이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상반된 견해는 각자의 주관적 입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최근 5년간 집값은 전국적으로 38%, 서울은 62% 상승했습니다. 객관적 수치를 봤을 때 잔뜩 낀 거품이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야 부동산 시장도 탄력이 붙게 되는데 금리가 높은 수준인데다 올해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서 하락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이 적다는게 업계 중론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까지 무주택자였다면 무리를 해서 섣불리 매입에 나서기 보다는 자금여력도 함께 살펴보고 바닥 신호를 기다려본 후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동산 시장 위축기, 집값이 어느 정도 내려야 사시겠습니까.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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