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8조원을 넘는 '미수금'을 이유로 '무배당'을 발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표면적으로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정부 기관을 제외해도 나머지 주주에는 배당을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500%에 이르는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무배당 기조가 쉽게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달 말께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공사는 일단 당초 예고한 무배당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매출 51조7243억원, 영업이익이 2조4634억원을 기록해 흑자를 냈습니다. 다만 미수금도 8조6000억원에 달해 실적이 좋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미수금은 요금에 에너지 가격 인상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을 말합니다.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 적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으로, 사실상 손실에 해당합니다.
미수금에서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6조여원의 손실을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수금이 커지면서 가스공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500%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익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달 말께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사진은 가스공사 본사 사옥. (사진=뉴시스)
가스공사의 대주주가 기획재정부와 한국전력공사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재부와 한전은 각각 가스공사 지분을 26.15%, 20.47%씩 가지고 있습니다. 두 곳의 지분을 합치면 50%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9%), 가스공사우리사주(2.33%)입니다. 난방비 상승으로 올 겨울철 국민의 불만이 폭주했는데, 이 상황에 정부 기관들이 가스공사 이익으로 배당 잔치를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가스공사의 결정으로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된 소액주주들은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독특한 회계 처리 기준 탓이긴 하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 영업이익은 났기 때문입니다.
소액주주연대는 무배당 발표가 나자 국민신문고를 통해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업체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공사의 이사·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예고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정부 기관에는 배당을 하지않고 소액주주에만 하는 '차등배당'도 언급됩니다. 다만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쉽지 않습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차등 배당을 하는 사례가 간혹 있지만 회사의 부채비율, 현금성 자산 등이 많은 경우"라며 "가스공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500%인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차등배당을 요구할 근거는 빈약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스공사도 차등배당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무배당 발표 이후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달 말께 주주총회를 열어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사진은 도시가스요금 청구서.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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