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오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함께 일본을 찾습니다. 한일 정부가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가운데, 재계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키 위해서입니다. 다만 총수들이 일본 방문을 통해 얻는 실익이 크지 않아 다소 불편한 심경이 녹아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대일 저자세 외교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해법에서 크게 양보하면서 국민적 반감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도 총수들로서는 부담을 가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대 총수 및 전경련 부회장단, 일 게이단렌과 간담회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기업단체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오는 17일 일본에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 회장이 이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며, 구광모 회장도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경련은 이번 간담회를 위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측에 별도로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경련 부회장단도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데요. 부회장단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화그룹에서는 부회장단 일원인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나옵니다. 기업 총수들 외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경제단체장들도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참석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태원 SK그룹,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강제징용 배상 '미래청년기금' 집중 논의 예상
4대 총수들과 전경련, 게이단렌은 이번 간담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한일 기업이 함께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미래청년기금'(가칭)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일 정부는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과 게이단렌을 통해 미래청년기금을 공동 조성해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 양국 청년의 교류 증진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의 피고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냉각됐던 양국의 경제 협력을 복원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관계 당국 간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수출규제 문제, 화이트 리스트 복귀 문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가 모두 맞물려 있다. 다소의 시차는 존재하지만 자연스럽게 세가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NHK는 이와 함께 "탈탄소 사회를 향한 대처나 에너지 안전보장 등 양국에 공통되는 과제에 대한 사업 제휴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재계 총수들이 게이단렌 간담회 외에도 별도로 관련 비즈니스가 있는 기업이나 거래선 등을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재계에선 당장 한일 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양국의 경제교류 활성화에 공감대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이 소부장 화이트 리스트(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지 않았느냐"며 "이번에 재계 차원에서 한일 간의 경제협력의 속도를 높이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맹공하면서 총수들의 방일 동행을 비판했습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며칠 전 일본 외무상은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해 버렸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사면초가요 진퇴양난"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까지 동원해 대일 조공외교를 강행하려 한다"고 쏘아붙였습니다. 김 의장은 "국내에 아무런 실익도 없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이완용을 부활시키고 역사를 팔아먹은 대가로 삼는데 이는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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