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요건을 완화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지 한 달여 지났지만 분당, 일산 등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모습입니다.
그간 경기 침체와 지역 자체의 노후도로 인해 오랜 시간 주택 시장이 침체돼왔던 1기 신도시는 특별법 발표로 정비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법안 발의 일정이 늦춰지고 실질적인 사업 착수에도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민들의 기대심리는 점차 꺾이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6일 부동산R114의 분석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이달 10일 기준 -0.08%를 기록했습니다.
세부적으로 평촌은 무려 0.17% 하락했고 △산본 -0.14% △일산 -0.1% △분당 -0.04% △중동 보합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특별법이 발표된 직후 지난달 17일 기준 하락폭이 -0.05%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0.0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주인 24일 -0.11%로 낙폭이 두 배가량 확대됐고 이달 3일에도 -0.05%를 기록하는 등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7일 발표된 1기 신도시 특별법에는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대폭 풀어주는 내용이 골자로 담겨있습니다.
때문에 노후도가 상당한 1기 신도시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허들은 낮아지고 사업성은 개선된다는 점에서, 일대 주민들의 기대심리도 크게 고조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래 지난달 발의될 예정이었던 특별법은 아직 여당에서 의원 입법 발의를 앞두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하고 (원내) 부대표들이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발의 시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법안을 한번 검토해 보고 (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법안 발의가 미뤄지고 있는 만큼 국회 법안 심사 통과 후 지구 지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다가 1기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의견도 감지됩니다. 재건축 시장이 억눌렸던 시기면 모르겠지만,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를 밝힌 상황에서는 리모델링 추진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반감된다는 분석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여파, 경기 침체 등 거시적 요인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특별법 발표 소식만으로 1기 신도시가 탄력을 받기는 무리"라며 "게다가 1기 신도시의 전면 재정비는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주민 간 진통이 예상돼 현 정부 임기 내에 완료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장기적 측면의 호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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