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쌀값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정훈(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이 국무위원 탄핵 카드로 맞불을 놓을 태세입니다.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용산으로 달려간 민주당…강경투쟁으로 선회
민주당은 4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민의를 거스르고,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을 거부한 윤 대통령을 규탄한다'는 이름의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쌀값정상화법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 66.5%가 찬성한 쌀값정상화법의 공포를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국민과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굴하지 않고, 쌀값정상화법을 지지한 66.5%의 국민만 바라보며,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사실상 향후 강경 투쟁을 공식화한 것으로 정부와 맞설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4일 경기도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 투쟁 연장선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와 쌀값정상화 태스크포스(TF)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윤 대통령의 법안 공포를 촉구하는 대외투쟁을 벌였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체 농민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의 극치도 모자라 거부권 행사를 반대해온 다수 국민한테도 반기를 드는 셈"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마저 '거부권'이란 칼을 쥐고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입법부를 겁박하고 있다. '농민의 생존권'조차 볼모로 잡고, '대통령 거부권'마저 정치적 수단화하는 윤석열정권의 행태에 깊이 분노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쌀값정상화 공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대정부 압박에 나섰습니다. 결의대회에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해 30여명의 민주당 의원, 농민단체 등이 참석했는데 농해수위 소속 신정훈, 이원택 의원은 참석한 농민 4명과 함께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쌀값정상화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 관계자는 본지에 향후 농민과 연합해 규탄대회를 벌일 가능성에 대해 "현재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총리와 추경호(맨 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황근(맨 오른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거부권 공식건의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발 탄핵에 정국 격랑…일각선 역풍 우려
여기에 민주당은 이번 쌀값정상화법 공포에 반대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탄핵을 직접 언급하며 강경책에 방점을 찍을 태세입니다. 쌀값정상화법 통과 시 과잉 생산되는 쌀의 확대로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 한 총리와 정 장관을 겨냥한 움직임입니다.
주철현 의원은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수정안 의결에 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도 폐기돼야 하는데 한 총리는 (이를) 가지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알고도 그런 것이면 국회는 물론 국민을 능멸한 것으로 마땅히 탄핵될 사유"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도 "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어떻게 이런 데이터가 나왔는지 강하게 추궁하고 필요하면 장관을 탄핵해도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주도했습니다. 헌정사 최초 '탄핵소추 장관'의 탄생이었습니다. 소추안 통과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 이 장관 탄핵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 첫 기일이 이날 오후 열렸습니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 입장에서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탄핵안의 국회 통과 요건이 버거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결이 된다 해도 탄핵소추 검사 역할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맡게 된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앞서 박근혜정부 때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 문재인정부 때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총 6번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폐기되거나 부결된 것도 이러한 여야가 가진 이해관계와 절차적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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