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더블유씨피(393890)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며 주식발행시장(ECM) 1위를 기록한 KB증권이 2분기 들어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까지만 해도 5위권에 머물렀지만, 2분기 들어 대형 유상증자 딜을 따내며 격차를 줄였습니다. 현재 예정된 유증들이 계획대로 마무리 될 경우 1위도 노려볼만 합니다. 다만 KB증권의 이같은 행보에 일각에선 윤리의식을 지적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주가가 급등하며 고점에 있는 기업들에 유상증자를 선 제안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분기 ECM, 삼성증권 1위…KB는 5위
13일 <뉴스토마토>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증권사가 주관한 ECM 공모발행 시장 규모는 총 2조865억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1분기 순위에선 삼성증권이 2988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미래에셋증권(2863억원), 신한투자증권(2756억원), 하나증권(2259억원), KB증권(1974억원), 한국투자증권(1778억원), NH투자증권(1673억원), 유안타증권(1632억원), 한화투자증권(1464억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KB증권의 경우 순위권에 올랐으나 주관사로 선정된 건은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1건에 그쳤습니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 유증 모집총액의 가장많은 규모인 16.24%를 인수하면서 순위권을 유지했죠.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7건, 5건의 유증 및 IPO를 주관했으며,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이 4건, 유한타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3건을 성사시켰습니다.
KB 유증 주관으로 ECM 1위 탈환
(표=뉴스토마토)
KB증권의 경우 지난 2021년 9개, 2022년 8개의 상장을 주관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주관 실적이 전무합니다. 최근
삼성FN리츠(448730) 1건을 주관한 것이 전부죠. 올해 신규상장이나 이전상장 등을 위해 IPO를 진행하고 상장을 완료한 곳은 총 28곳인데요. 주관사 선정 및 증권신고서 제출을 완료한 곳은 13곳으로. 총 41개 기업이 상장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때문에 KB증권은 ECM 시장 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시장에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IPO 시장의 부진이 이어진 데다, 작년 IPO 1위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도 있었던 만큼 이를 의식할 필요성도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IPO 시장보다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대형 IPO가 몇 안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증 주관사로 참여해 ECM 실적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예정된 유증과 BW(신주인수권부사채)가 예정 발행가대로 발행이 완료된 경우 KB증권은 ECM시장 주관 규모 1위에 오르게 됩니다. 현재 200억원 규모로 참여한 삼성FN리츠의 상장이 마무리됐으며, KEC는 1190억원 규모의 유증을 준비 중입니다. 셀바스AI와 셀바스헬스케어는 각각 788억원, 341억원의 유증을 준비 중이죠. 여기기 대성창투(250억원), EDGC(200억원)까지 주식발행이 마무리됐거나 발행예정인 곳의 주관 규모만 5065억원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예정된 공모 주관 건수 1위(10건)인 미래에셋증권(3383억원)과 비교해 50% 높은 수치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3건의 스팩을 포함해 올해 총 6건의 IPO를 마무리했으며, 롯데케미칼 유증에도 참여했습니다. 모니터랩, 트루엔, 에스바이오메딕스 3곳의 IPO 주관도 예정됐죠.
엔지켐생과이어 셀바스까지 KB '모럴해저드' 논란…"소액주주 피해 간과"
KB증권이 ECM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테마를 타며 고점에 오른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에 동조해 실적을 채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상장사들이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회사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교묘하게 이뤄진 유증은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기업들은 주가가 고점에 올랐을 때 유증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적은 주식발행으로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당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당겨 곳간부터 채워놓자'는 식입니다. 앞서 대규모 유증에 실패했던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역시 시설투자 목적으로 유증을 진행했지만, 자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죠. 당시 엔지켐생명과학도 KB증권이 유증을 주관했습니다.
다만, 이처럼 주가가 고점에 있을 때는 3자배정을 통한 자금조달은 어려운게 상식입니다. 반면 주관사를 끼고 하는 주주배정 및 일반공모 유증은 자금조달은 수월하지만, 향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이슈는 물론 시가 대비 저렴한 유증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유증 계획을 밝힌 셀바스AI와 셀바스헬스케어입니다. 두 기업은 최근 챗GPT 열풍 등에 탑승하며 주가가 급등했는데요. 셀바스헬스케어는 올해 초부터 7배(고점 기준) 급등했고, 셀바스AI는 6배 넘게 올랐습니다. 그러나 셀바스헬스케어는 공시 다음날 하한가에 마감했으며, 셀바스AI도 13.75% 급락했습니다.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가 급락은 유증 주관사인 KB증권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경우 기업에 자금조달책 중 하나로 유상증자를 선제안 하는 구조로 알고 있다”며 “3자배정 등이 어려운 기업에 주주배정 유증을 먼저 제안하는 식”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익명의 투자자는 “셀바스그룹의 유증 공시 직후 주요주주는 지분 15%를 장내에 매도했다”며 “주가가 급등할 때 KB증권이 주주배정 유증을 사실상 유도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권주가 나오더라도 수수료를 받는 KB증권 입장에선 향후 블록딜 매도를 통해 손해를 만회할 수 있어 손해볼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KB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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