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전남 진도) = 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됐지만 제대로 된 추모공간 마련은 갈 길이 멉니다. 참사 발생 이후 수습본부 역할을 하던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여전히 낡은 컨테이너가 '세월호 팽목 기억관'이라는 이름으로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모공간을 현재 건립중인 신 여객터미널과 인접한 팽목항 구 여객터미널 대합실 자리에 마련하기를 원합니다. 팽목항이 있는 진도군은 확정적인 답변을 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어느덧 9년. 한번의 계절이 더 돌고 다시 봄이 찾아오면 어느덧 10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4·16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구 여객터미널 대합실에 팽목 세월호 기억관 마련 의견 전달"
장동원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세월호 추모공간의 마련과 현재 팽목기억관 자리에 기림비를 세우고 공연을 하거나 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제안을 전임 군수와 신임 군수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동원 총괄팀장은 "전임 진도군수는 기억관에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내려갔기 때문에 거기(팽목항)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방선거 이후 새 군수가 부임한 뒤 간담회를 가지며 세월호 9주기 행사를 마치는 4~5월에 다시 협의를 진행하자고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총괄팀장은 이어 "김희수 진도군수가 유가족 측이 요청한 것을 확인한 뒤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검토해보고, 예산 문제 등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팽목기억관 (사진 = 정동진)
진도군청 "안전진단, 주민 의견수렴 이뤄져야 구 대합실 계획수립"
진도군청은 이제 논의 단계라는 입장입니다. 유가족들이 고려하는 구 여객터미널 대합실은 안전진단과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이뤄져야만 해당 공간에 대한 활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하면, 유가족들의 바램과 달리 진도군청도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상급 지자체인 전남도청은 진도군청의 소관이라는 겁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구 대합실은 진도군 항만개발과에서 안전 점검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합 시설물이 전남도의 것이 아니라 진도군 소유 시설이기 때문에 군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세월호 팽목 기억관 (사진 = 정동진)
건설중인 신규 진도여객터미널 (사진 = 정동진 기자)
세월호 기억서린 팽목항에 기억관 건립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당시 정부는 기억관 건립을 약속했습니다. 물론 약속이 버려진 것은 아닙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의 아픔을 지닌 팽목항에서 수 km 떨어진 고하도 신항만 배후부지에 해양안전 관련 복합시설인 ‘국립세월호 생명기억관(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를 기억할 땐 팽목항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세상을 등진 아이들이 뭍으로 나와 마주친 곳도 팽목항입니다.
'팽목항 세월호 기억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요. 진도군뿐 아니라 전라남도, 정부도 '조그마한 세월호 기억관'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주기를 기원해 봅니다.
추모시설에 보존될 예정인 세월호 추모물 (사진 = 정동진 기자)
팽목항(전남 진도) =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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