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에서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기억식에 참석해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기억식엔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불청객이 찾아와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현장엔 유가족을 비롯한 정치 인사들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자리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사라진 만큼 3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식을 찾았습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304명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9번째 봄, 304명 희생자 '기억'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기억식에도 세월호 추모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기억식 내내 '세월충', '납골당 유치 반대한다'는 등 비난의 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산시 화랑공원 내에 세워질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지난 2019년 설립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설계 공모와 사업비 등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목표였던 2024년 준공이 더 뒤로 늦춰졌습니다.
2019년 초반 설계 당시 사업비는 495억원으로, 2021년 착공해 2024년 준공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협의가 미뤄져 착공이 늦어지는 사이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증가해 건축 연면적이 2000㎡정도 줄었고, 사업비도 483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시작했어야 할 착공도 당연히 미뤄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미뤄진 데는 보수단체들의 반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에 안산시 사망자 250명의 유골이 봉안될 예정이어서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가 반대에 나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안산시에는 '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시설 건립 반대'와 같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12일 안산시청 앞에서 4·16생명안전공원 반대 시위를 하고, 반대 서명을 안산시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날 진행된 9주기 기억식에서도 해당 단체 10여명이 찾아와 확성기를 들고 '추모시설 반대'를 외쳤습니다.
추모공간으로 조성될 화랑공원 부지는 여전히 휑하니 풀들만 무성한 상태입니다.
안산시 화랑공원 내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 (사진=박한솔 기자)
'10번째' 봄을 기다리는 유가족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면서 진상을 규명해야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선 추모시설이 간절히 필요하지만 기피시설로 인식돼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미국의 메모리얼파크는 9.11 테러 추모 공원으로,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테러로 사망한 2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세월호와 같은 대규모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은 모두가 바라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304명의 추모 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국민갈등을 고조한 것이 지난 9년 우리 사회의 민낮이 아닐런지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진상규명이 돼 유가족이 이픔을 씻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습니다.
김동연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4·16생명안전공원'이 하루빨리 착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 지사는 "4·16생명안전공원이 차질 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도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겠다"며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 파크처럼 인간애를 간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공감과 연대의 정신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6일 안산시에 '세월호 추모시설 건립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안산=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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