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지원은 후퇴하는 양상입니다. 금감원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 현지 사무소를 폐쇄하고 있는데요. 현지 당국과의 협력, 국내외 규제 조율 문제로 당국의 후방 지원이 절실한 금융사들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금감원은 정기적으로 해외 IR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감원장이 이에 참석한 적은 처음입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 수장으로 참석해 국내 금융사들을 소개하고 현지 금융당국에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는 금감원의 해외사무소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3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서는 아시아 도시 가운데 홍콩(3위), 상하이(4위)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동남아시아 핀테크 업체의 약 40%가 싱가포르에 소재하는 등 디지털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신남방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 최대 경제규모(GDP)와 최다 인구보유국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 경제규모 1위입니다. 싱가포르에는 현재(2022년말 6월 기준)은행과 증권사 등 23개사가 25개 점포(현지법인 포함)를, 인도네시아에는 25개사가 3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사무소는 현지 법체계나 제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현지 정보 수집의 거점이 되고, 현지 금융감독당국과 정보를 교환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해외 금융 전진기지'로 평가되는 곳인데요.
한때 금감원의 해외사무소는 8곳에 달했습니다. 1999년1월 금감원 출범 당시만해도 해외사무소는 뉴욕과 런던, 동경 등 총 3곳에 불과했다가 지속적으로 해외사무소를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등으로부터 해외 사무소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 받으며 2018년과 2021년에 각각 홍콩사무소와 워싱턴사무소를 폐쇄했습니다.
워싱턴사무소의 경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공공기관 지정 유보 조건 중 하나로 해외사무소 정비하라고 지시하면서 폐쇄됐습니다. 싱가포르 사무소 역시 설립을 추진하다가 좌초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말 총 6개의 해외사무소(△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동경 △하노이 △북경)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부에서도 금융사들의 동남아 공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해외 진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글로벌 이슈가 발생했을때 현지 베이스가 있다면 정보 취득에 용이하겠지만 그게 없으면 여러 루트를 거쳐야 해,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해외사무소는)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 도움이 많이 될텐데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이같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포럼에서 "싱가포르와 홍콩 사무소 설치는 조직 비대화 등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부담은 줄이면서 실질적인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재원, 직원 등 탄력적인 조직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ktv)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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