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 지속된 자금조달로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상장 이후 18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입니다. 회사는 매년 수백억의 적자에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유지됐습니다. 사실상 ‘좀비기업’이지만 상장 회사라는 이유로 파산을 면해왔죠.
회사가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연구개발 등 투자비용이 아닌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의 급여로 사용되는 중입니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진행된 전환사채(CB)발행과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좀비기업' 진원생명과학, 또 주주에 SOS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818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는 2200만주로 발행주식총수(7775만1599주)의 28.37%입니다. 구주주 대상 청약은 오는 7월7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되며 구주주 청약 후 발생한 실권주는 10~11일 일반공모를 통해 발행할 예정입니다. 주주배정 및 일반공모 후 발생한 실권주는 유증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게 됩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상증자와 함께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은 무상증자 주식도 받을 수 있죠. 유증으로 성공을 위해 주주들에게 공짜로 신주를 나눠주는 당근을 함께 제시한 겁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05년 유가증권 상장사였던 동일패브릭을 인수하면서 우회상장한 기업입니다. 지난 2000년 설립한 바이럴제노믹스(VGX)의 자회사 VGX파마수티컬스를 통해 동일패브릭을 인수했습니다. DNA백신기술을 통해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상장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상장 직후인 2005년부터 18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이라면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걸었을 기업이죠.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하기 전까지 5년 연속 적자 코스닥 기업은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8년 적자, 주주 손벌려 우량한 재무 유지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우회상장을 통한 유가증권 상장으로 5년 연속 적자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을 피해 갔죠. 수십년째 적자를 이어왔지만 회사의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진원생명과학의 부채비율은 24.14%에 불과합니다. 차입금 의존도도 7.67% 수준이죠.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1분기 부채비율은 각각 26.2%, 84.7%입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바이오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경우 재무상태가 우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의 재무가 우량한 것은 매년 이어왔던 자급조달 덕분입니다. 2020년 이후 진원생명과학이 최근 3년간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3276억원으로 진원생명과학의 시가총액(3821억원, 19일 기준)에 맞먹습니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CB발행을 통해 총 347억원을 조달했으며, 2020년부터 이번까지 4차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929억원을 조달했죠. 매년 이어진 자금조달은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으로 이어졌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의 발행주식 수는 지난 2020년 말 4477만1008주에서 올 1분기 7775만1599주로 73.7% 증가했습니다.
2021년 매출총액 20%는 박 대표 급여로
진원생명과학의 유상증자에 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연구개발 등 투자비용보단 임직원의 월급 등 운영비용에 사용되고 있어섭니다. 진원생명과학이 지난 2020년부터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3276억원에 달하는데요. 이 기간 진원생명과학이 연구개발에 사용한 비용은 320억원. 정부보조금을 제외할 경우 254억원에 불과하죠.
진원생명과학이 그간 조달했던 자금 대부분은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의 급여로 사용됐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회사의 판매비와 관리비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용은 급여로 2022년 이사 및 감사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16억6500만원, 2023년 1분기 이사 및 감사의 보수총액은 18억9400만원”이라며 “지속적인 영업적자로 과부족한 운영자금(급여, 연구개발비 등)을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하여 대체해 왔고 자금 중 일부가 이사 및 감사의 보수 및 급여 등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박 대표는 지속된 영업적자에도 매년 수십억원대 급여를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박 대표는 회사에서 총 56억1300만원의 급여를 받았으며, 2018년부터 지난 3월까지 급여 외에 진원생명과학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106만주를 받았습니다. 2020년부터 박 대표가 진원생명과학에서 받은 총급여는 164억2700만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로 진원생명과학의 주가가 급등했던 2021년에는 67억6300만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이는 2021년 진원생명과학의 매출총액(342억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 등 기업가치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의 경우 회사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채무상환이나 급여 지급 등을 위한 유증은 악재로 인식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배정분의 30% 수준을 참여할 계획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최대주주인 박영근 대표는 배정분의 약 30% 정도 참여를 계획 중”이라며 “특수관계인들에 대한 청약 참여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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