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고 있습니다. 연중 매분기 수조원대 순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더 늘리려는 전략도 SK하이닉스에 위협적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연결기준 재고평가손실은 1분기 2조44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 1조3353억원보다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재고손실은 매출원가에 반영됩니다. 영업적자폭을 키우는 원흉입니다.
SK하이닉스의 유동자산은 현금성자산 4조8947억원, 매출채권 4조2274억원, 재고자산 17조1822억원 등을 포함해 28조8340억원입니다. 재고손실과 비교하면 현금성자산이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매분기 2조원대 순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1분기엔 차입금 8조원 정도 빌려 현금 감소를 방어했습니다. 앞서 2조원 규모 교환사채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시설투자금도 메모리 감산과 더불어 줄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흑자전환이 늦어진다면 유동성 대책은 더 필요합니다.
시장에선 유상증자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추가 유동성 대책에 대한 다양한 관측들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점점 그룹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동성 불안요인 중 하나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 부담이 겹쳤다는 점입니다. 이 사업부 적자 폭이 커진 데다 인수잔금도 치러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모호한 감산 계획을 밝히는 등 점유율 경쟁 상황도 유동성 악화 진원지 중 하나입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부터 가격경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분기 반도체 적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감산을 거부하며 버텼습니다.
결국 감산하기로 했지만 내용이 모호합니다. SK하이닉스가 캐팩스(시설투자)를 2022년 대비 50% 이상 줄이고 마이크론도 30% 정도 축소할 것이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며 두루뭉술 표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비롯해 모바일, 가전 등에 힘입어 영업흑자를 방어하고 있어 적자를 겪는 경쟁사를 밀어낼 호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4월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시황은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국내 메모리 수급상황도 감산효과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거시적으로는 중미 갈등 변수가 상존합니다. 중국이 D램 3위, 낸드 5위 마이크론의 칩을 안쓰기로 했습니다. 한국이 이를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이 대신 팔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중국이 YMTC를 필두로 자급력을 높일 것이 예상됩니다.
SK그룹 내 유동성 지원 여건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석유 업황이 부진하고 통신사업은 한화시스템 등 제4 통신사 진입 가능성으로 경쟁심화 요인이 부각됩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 중 외부 자금을 조달했고 2분기에도 교환사채를 발행한 데다 캐팩스도 줄여 연말까지 지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는 전혀 검토한 바 없고 자금상황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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