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국 경제 회복이 내수 중심의 성장에만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갈수록 비관적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2023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서 "2023년 중국 경제는 정부가 제시한 '5% 내외' 경제 성장 목표보다 높은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외연이 지난해 10월 제시한 전망치인 4.8%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5.2%, 아시아개발은행(ADB) 5.0%, 세계은행(World Bank) 4.3%,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5.0% 등 올해 주요 기관이 내민 전망치보다 높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4.5%를 기록했으며 리오프닝 이후 거시경제지표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분기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고 소비는 5.8% 올랐습니다. 또 국내외 시장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입이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대외연 측은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과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고정자산투자의 회복세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아직 부진한 부분들이 있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 지원이 추진되면서 2분기부터 시장 심리가 회복되며 경기 정상화가 뚜렷이 관측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2023년 경기 정상화로 인한 기저효과의 부재와 중국이 대면하고 있는 경기 하방 압력이 단기적인 과제보다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는 장기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4.7%로 예측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2023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서 "2023년 중국 경제는 정부가 제시한 '5% 내외' 경제 성장 목표보다 높은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자료는 주요 기관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뉴스토마토)
관건은 우리 경제가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볼 수 있냐는 겁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리오프닝 본격화에 따른 하반기 수출 등 경기 회복을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연의 분석은 정부와 결이 다릅니다.
김흥종 대외연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조금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 우리의 수출이 즉각 늘어나는 등 아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며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에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기대를 하기에는 효과가 약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리오프닝하면 반도체 수출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반도체 수출을 얘기하기에는 지금 재고가 너무 많이 있다"며 "중국에서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로 강력하게 견인되는 데는 몇 달이라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일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 중국 리오프닝 파급 정도의 영향에 따라 전망치인 1.5%보다 경제성장률이 하향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등 IT 부문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주요 요인 분석과 대응'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D램 가격은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4월 현재 개당 1.6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국 내 IT 산업의 재고 현황도 2019년 말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2월은 60% 이상 증가한 161에 달합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과 내수 소비가 살아나 중국 내 IT 재고가 소진되고 신규 수요가 발생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가 경제는 가정 경제와 달라 내수가 안 좋아 세수입이 줄어들 때일수록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이 국가 재정의 원칙"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물가 불안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정부는 재정 확대와 물가 안정의 두 가지 상황을 면밀히 보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2023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서 "2023년 중국 경제는 정부가 제시한 '5% 내외' 경제 성장 목표보다 높은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감만(위) 부두 야적장.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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