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해 봉하=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기득권에 맞서 원칙과 상식의 세상을 꿈꾼 우리 시대의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4번째 봄을 맞은 23일 현재 한국 정치는 진영 대결의 굴레에 갇혔습니다. 극단적 좌우 대립부터 지역·빈부·노사·젠더 갈등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역주행이 가속하고 있습니다. 승자독식의 정점에 있는 여야는 연일 퇴로 없는 정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16일 제8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총회에서 영상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대화와 타협, 관용,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민주주의의 완전한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같이 언급한 뒤 "노사모는 노무현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라며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던 시기에 전해졌던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자신의 퇴임 이후 노사모가 자신을 위한 조직이 아닌 사회 통합과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조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 사진과 시민이 작성한 문구가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한국 정치는 갈등 조정과 사회 통합이란 제 기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시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신의 신념과 원칙이 있다면 이를 굽히지 않으면서도 정파를 뛰어넘어 다른 진영의 정책을 과감히 수용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연한 행보를 현 정치권이 본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서도 할 말은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도 되새겨 볼 부분입니다.
'노무현 서거 14주기 추도식'의 주제는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집필한 저서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현재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금씩 역사가 진보해 나아가길 바랐던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김해 봉하=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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