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소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그간 소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해 왔는데, 지난해 가을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가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업계는 참이슬의 입지가 오랜 기간 공고했던 만큼 새로의 반향에 대해 조금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 식품 업계 전반의 트렌드로 떠오른 '제로 슈거(무설탕)' 마케팅과 관련해 롯데칠성음료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반면, 한발 늦게 나선 하이트진로가 오히려 부정적 이슈에 휩싸인 점을 감안하면 추후 소주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별도 기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 부문에서 소주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6억원 증가하며 1025억원 수준의 매출고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승률이 25.1%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은 3173억원으로 1년 새 153억원(5.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 전체 총량은 여전히 하이트진로가 월등히 높지만, 매출 상승폭은 롯데칠성음료가 더 가파른 상황입니다.
이 같은 롯데칠성음료 소주 실적 개선은 처음처럼 새로가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로는 출시 9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판매 1억병을 넘겼는데요. 롯데칠성음료가 기존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슈거 소주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한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것이 인기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60~65%, 롯데칠성은 15% 정도입니다. 새로의 인기가 지속된다면 업계는 롯데칠성이 연내 5%포인트 정도의 추가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소주 실적의 상승분에는 처음처럼 새로가 큰 역할을 했다"며 "제로 슈거 열풍과 함께 새로가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하이트진로는 제로 슈거 소주 대응에 다소 늦었다는 평가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연초 진로를 제로 슈거로 리뉴얼 출시하고, 알코올 도수도 새로와 같은 16도로 낮췄지만 큰 반향은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하이트 진로에게 제로 슈거는 애물단지 중 하나가 됐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연초 일반 진로 소주의 라벨를 떼고, 진로 제로 슈거 라벨을 붙이는 속칭 '라벨 갈이'를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 이달 중순 하이트진로는 기존 본사에 있던 진로 제로 슈거 소주 라벨 재고를 전량 폐기 처리하기로 했는데요. 제품 뒷면 식품 표시 라벨 위에 표기된 '제로 슈거 활자'가 원재료, 성분 등 영양정보를 알아보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켈리(Kelly)'를 출시하는 등 맥주 시장 정상 탈환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주 마케팅에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켈리와 기존 테라(Terra)의 연합 작전을 통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정작 소주 시장에서는 제로 슈거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며 오히려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이트진로가 내년 100주년을 맞이하다 보니 주류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소주 등 주류를 진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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