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값 9.8%↑…"소주값 인상 초읽기?"
18일부터 주정값 평균 9.8% 인상
업체들, 인상 없다지만…현 가격 유지 어려운 상황
식당·주점은 2000원까지 인상도…소비자 피해 가중 우려
2023-04-19 06:00:00 2023-04-19 08:28:54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서민의 술'인 소주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소주 업계는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원료 가격이 10%가량 오르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 소주 가격의 상방 압력 역시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한주정판매는 18일부터 주정값을 평균 9.8% 올렸습니다. 주정값은 지난해 10년 만에 평균 7.8% 상승한 바 있습니다. 2년 연속 인상입니다.
 
주정 가격 인상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각종 곡물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입니다. 
 
대한주정판매는 국내 주정 회사가 생산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으로 유통합니다. 때문에 소주 업체들은 이 주정을 오로지 대한주정판매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주는 순도 95%의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서 만드는데요. 결국 '참이슬'이든, '처음처럼'이든 브랜드에 상관없이 원료 가격이 모두 10% 가까이 뛴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소주 업계는 공식적인 가격 인상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정이 소주 원료라는 점에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가격을 높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롯데칠성 관계자는 "주정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당사는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에 동참하고, 국민 물가 인상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정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과 손익 악화의 우려는 기존 '제로 베이스 재무 전략(ZBB)' 등 경영 효율화 활동을 통해 극복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은 시도 가능한 모든 경영효율화 활동 실행 이후에도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최종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시장 점유율 1·2위 회사들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업체들 역시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소주의 원료값이 오른 상황에서 소주 가격이 지금 상태로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소주 업체들은 지난해 주정값 인상 직후 소주 출고가를 일제히 올린 전력이 있습니다.
 
소주 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크게 붙으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더 크게 오르는 점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작년 소주 1병의 출고가가 85원 정도 오르면서 마트, 편의점 판매 가격은 100~150원 상승했습니다. 특히 식당이나 주점의 경우 소주 가격을 1000~2000원까지 올려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경고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주에서 차지하는 주정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언젠가는 인상을 할 텐데, 이렇게 되면 이 시기에 가격이 단번에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래저래 서민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정부가 효율적인 가격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한 시민이 식당에서 소주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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