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의 물꼬를 튼 셈인데,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커 결론 도출까지 난항이 예상됩니다.
1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를 위해 이달중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포럼’을 열고 적정 의사수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인력 확충 방향에는 동의한 것으로 10회에 걸친 협의체 회의에서 의사 인력 확충은 필수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포럼 개최는 6월 중으로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셋째주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8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사 인력 확충 방안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구체적인 문구가 합의안이 담기진 않았으나 일단 의대 정원 조정을 통해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데에는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 구성 이후 10번째 회의 만에 의대 증원 논의가 본격화하게 됐습니다.
복지부가 공개한 합의사항에 따르면 양측은 △과학적 기반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 논의 △확충된 의사인력에 대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유입방안 마련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 마련에 합의했습니다.
복지부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의사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청으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감축한 결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한참 못 미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해 말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의사 공급과 의사 업무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5년에는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근 거듭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으로 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의사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복지부는 이달 중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의사 인력 증원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을 밝혔습니다. 의협 역시 포럼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실제 '증원 규모'에 대한 입장은 상이한 만큼 '얼마나', 그리고 '어디서' 늘릴지가 관건입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매년 300~500명을 증원하려고 하며, 의협 측은 이보다 더 적은 규모의 증원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든 의대 정원을 늘릴 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나 국·공립대 의대 위주로 증원할 것인지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해외에서도 인력 수급 추계에 관한 도구는 거의 정형화돼 있고 국책연구기관들도 이에 따라 한 것이어서 이런 것들이 (수급 추계 논의의) 기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단체에서는 여전히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선 의대 증원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습니다. 실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선호현상이 이어진다면 필수의료 위기 해소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의협은 결코 의대 정원 논의를 회피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마치 의대 정원 증원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다. 설사 의대의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후에야 전문의가 배치된다. 그런 공백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만 의논하지 말고, 의존하지 말고, 현재 의대생, 인턴들이 필수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기존 건강보험의 틀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지자체, 국회에서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측의 수급 추계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 증원 규모는 적정선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중심을 둔 반면 의협은 의사 인력 재배치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영석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예방의학과를 제외하고 모든 진료계열에서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미래 의료수요 대비 활동의사 인력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며 "내과계와 외과계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꽤 많은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되지만 병상 등 의료자원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의사 필요 정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등이 다른 과에 밀리지 않도록 어떻게 적절한 체계로 보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충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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